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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03~2009>/<2005>

'천원의 행복'

by 자 작 나 무 2005. 8. 30.

<이미지는 카키님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엠블의 유명인사 카키 님이 만화 연재를 하신다는 월간지 <<천 원의 행복>> 10월호에 내 글 한 편이 실리게 됐다. 어제 이웃집에서 저녁을 얻어먹고 한참 수다 중에 전화를 받았다. 주소를 물어봐서 가르쳐주고 끊었다.

그런데 나현이 엄마가 말하기를

"어.. 원고료 같은 건 안 준대요?"

"그런 말 없더라고요. 아마 10월호 보내주는 거로 때우나 봐요."

"그래도 섭섭하겠다. 한 권은 아닐 테니 두 권 오면 나도 한 권 줘요."

인터넷에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이 글을 쓰고 그중에 한 편 정도 발췌되어 실리는 경우는 허다할 것이다.

 

10년 전에도 출판사 세 곳쯤에서 출판하자는 제의를 받았던 적이 있긴 하다. 지금 쓰는 글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글들이 많았고, 거절하다 세 번째엔 전속계약까지 했는데 그 출판사가 망했다. 그때도 목적을 가지고 쓰던 글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이었지만 좀 섭섭하고 다소 충격적이었다.

 

나를 섭외한 편집장 외에 다른 편집장이 자기랑 전속계약을 맺은 작가들이랑 다른 출판사로 이적하기 위해 부도신고를 내서 폐업하게 된 곳이라 내 책이 만들어질 즈음엔 정말 시기적으로 재수가 없던 때였다.

 

전공을 글 쓰는 쪽으로 선택하고 뭔가 교육을 받아야 자신 있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부분이라 지금도 누가 등단이라도 해보라고 권유하면 무조건 무시해버린다. 그럴 능력도 없지만, 흥미가 없다.

 

내가 노래 못하면 흉이 안되지만 내가 가수이면서 노래를 못하면 흉이 된다. 그렇듯 등단한 작가가 글 못 쓰면 얼마나 큰 흉이 될까. 겁나서 못하고 귀찮아서 못한다. 큰일은 아니지만,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 중에 이만하면 상당히 즐겁고 재밌는 일이다. 누군가 종이에 실린 내 글 한 편을 읽게 되는 것이다. 누구든 기분 좋게 읽고 잠시 흐뭇한 기분을 가질 수 있다면 나도 너무 좋을 것 같다.

 

이웃집 아줌마까지 좋아해 주니 내 기분도 적잖이 좋았다. 그런데 역시 그 책에 실리게 될 예정인 글은 근래에 쓴 것이 아니라 97년에 쓴 것이다. 잘 써보려고 애쓰며 쓰지도 않지만 아무렇게나 나오는 대로 쓰는 글이라도 그때만 못하다. 뭐든 퇴보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다만, 끊임없이 손가락으로 조잘거려야 시원해진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한참 힘들게 삶과 사람들의 관계에 시달렸던 몇 년간의 고통스러웠던 기억들이 최근 몇 달의 주말여행으로 많이 잠잠해졌다.

 

화사했던 봄, 크게 아픈 일없이 무사히 넘어가 준 여름. 늘 마음 끝이 벼랑 위 칼날 같은 순간도 많았지만, 올여름을 보내면서 햇살 좋았던 날에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침저녁으로 시작된 재채기에 다시 시달리고 있지만, 환절기며 바람 찬 계절마다 몇 해씩 겪어오던 일이라 새삼스럽지도 않다.

 

조심조심하며 또 가을과 겨울을 맞을 준비를 이제는 해야 할 때가 되었다. 여름 옷가지들을 조금씩 정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