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18일
몇 달 만에 근무지 바로 옆에 있는 공원에 나가서 잠시 걸었다. 당연한 권리인 듯 점심 먹고 산책하는 이들 일색인데 난 너무 많은 마음의 짐을 지고 살아내느라고 해도 되는 것도 못하는 것 천지다. 그래서 사는 게 바보 천치 같다.
책 읽다가 베껴 쓴 글귀를 오늘 어떤 공책에서 찾았다. 어떤 종류의 글을 읽을 때 가슴이 뛰고, 여행지에서 가슴이 뛴다.
오늘은 빵빵하게 빵도 먹었으니 운동장 근처라도 한 번 나갔다가 와서 잘 준비를 해야겠다. 늦게까지 깨어 있으면 거의 잠을 청하지 못하고 신경이 팽팽해져서 일찍 마음먹고 잠들 수 있게 처방받은 약을 먹는다. 열어놓은 창너머로 들리는 풀벌레 소리도 며칠 안에 그치고 금세 추워져서 해지면 밖에 나갈 엄두도 나지 않을 테니, 오늘은 나가서 몇 걸음이라도 걷자.
이미 낮에 만 걸음은 채웠으니 이 정도면 나쁘지 않지만 오늘 같은 날은 흔하지 않다. 집에 돌아오면 그대로 몸도 마음도 허물어져서 모래처럼 사방으로 흩어져버리기 일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