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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3>

만남

by 자 작 나 무 2023. 11. 21.

약속 장소에 한참 일찍 도착했다.

 

먼저 들어가서 자리 잡고 앉기엔 너무 일찍 도착했다. 오동통하고 털이 윤기 있게 관리가 잘 된 고양이 두 마리가 그림같이 앉았다. 가게 창 안에서 내 모양이 보이는 줄 모르고 사진 찍고 까불까불하며 놀았다. 


우연히 한 번 마주친 동네 길고양이도 배는 곯지 않는지 잘 지내는지 걱정하는데, 친하지는 않아도 아는 사람이 아픈데 안부가 궁금한 게 뭐 그리 이상한 일이라고 멋쩍었던 생각이 문득 났다. 나는 혼자 있을 때 아프면 그게 제일 불편하고 서럽다. 내가 아플 때 불러서 약 사다 줄 친구라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혼자 사는 사람이 아프다고 하면 그래서 마음이 쓰인다.

 

요즘은 사람을 만나면 내가 뭘 해줄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해줄 게 없으면서 굳이 친분 없는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딱히 바라는 것도 아쉬운 것도 없지만, 인간의 속성이 그러할진대. 내가 원하는 것만 채울 욕심이 드는 상대라면 누구도 결국 내게 득이 될 인연은 아니라고 간주한다.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인연이 있기를 바란다. 한쪽으로 기울어서 주기만 하고 받기만 하는 인간 관계도 피곤하다.

 

 

다 괜찮았는데..... 이 푸르뎅뎅한 조명은 영 아니올시다.

 

 

식사 중에 이사할 집 계약할 날짜와 동, 호수를 알려주는 문자가 들어온다. 오랜만에 좋은 사람들 만나서 수다 떨고 저녁 같이 먹는 것만 해도 복권 당첨된 기분이었는데 기쁜 소식이 연이어 온다.

 

주말에 2박 3일 일정으로 딸과 함께 여행 가기로 했다. 피곤했지만 이야깃거리가 남았던 7월, 8월 두 번의 여행 끝에 우리는 인생의 전환 지점을 정했고, 서서히 계획대로 하나씩 움직인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어제는 내가 주문한 좋은 책을 받고 아주 신났고, 오늘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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