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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3>

집으로 가는 길

by 자 작 나 무 2023. 11. 26.

2023-11-26

 

이왕에 여행 삼아 나선 길, 집으로 가는 길에 몇 시간씩 몰아서 운전하느니 여기저기 들렀다가 쉬엄쉬엄 가기로 했다. 인삼랜드 휴게소에 들러서 따뜻한 호두과자 한 봉지 사서 감탄사와 맞바꾸어 입으로 넣었다. 이제 열 알에 삼천 원이다. 인삼랜드 휴게소 호두과자는 유난히 맛있다. 들르는 손님이 많아서 회전율이 좋으니 구워서 바로 주니까 따뜻해서 더 맛있는 거다.

 

우리 모녀가 기회 닿는 대로 찾아가는 맛집 중에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거창군 마리면에 있는 '꽃두레' 식당.

코다리구이가 맛있는데 딸은 코다리를 좋아하지 않아서 매번 고추장불고기를 주문한다. 음식도 넉넉하고 반찬도 하나도 빠짐없이 맛있다. 우리끼리 잡채 맛집이라고 부를 만큼 잡채도 맛있다.

 

 

아침에 숙소에서 나오기 전에 바나나를 한 개 먹었고, 휴게소에 들러서 호두과자까지 먹어서 배부른 데도 남김없이 음식을 다 먹었다. 갈수록 가격이 조금씩 오르지만, 요즘엔 이 정도 식당이면 가성비 좋은 편이다. 인구가 많은 동네 식당도 아니고 한적한 이런 동네에서 저 정도 음식을 저 가격에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딸은 이 식당을 집 근처로 옮겨놓았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한다.

 

 

꽃두레 식당에서 10분 이내 거리에 있는 '해플스 팜사이더리'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가기로 했다. 사과가 주렁주렁 열렸을 때 이 카페에서 찍은 사진을 보고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이제 사과도 다 거둬들이고 잎도 지고 하늘도 흐려서 아쉬운 점도 있지만, 딸에게 뭔가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다.

 

 

 

우리가 사는 동네에 맥주 만드는 곳에서 샘플 음료를 파는 것처럼 이곳에서 재배한 사과로 만든 사이다를 판매한다. 가끔 마시는 '써머스비'와 비슷한 것으로 예상하고 주문했다. 커피는 사과를 약간 넣어서 만든 도넛과 세트로 준다.

 

역시, 알코올의 이상한 쓴맛에 약한 우리는 알코올 3% 스위트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운전해야 하니까 맛만 보고 마시지 말라고 딸이 말린다. 홀짝홀짝 몇 모금 마시더니 금세 딸내미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그리곤 어느새 말이 많아진다. 어제 시험 치느라고 힘들었던 감정이 말랑해지는지 참새처럼 재잘거린다.

 

 

 

어제 곧장 기숙사까지 가서 자고 싶다던 딸을 달래서 그 동네에서 저녁을 함께 먹고, 마침 근처에 있던 아웃렛에 가서 좀 걷다가 가자고 꼬드겼다. 그렇게 억지반으로 따라가서 구경하다가 딸내미 마음에 드는 운동화 두 켤레를 샀다. 나와 신발 사이즈가 같은 것을 빌미로 세 가지 신발을 사서 그게 썩 마음에 들었는지 얼굴이 발그레한 상태로 종알종알한다.

 

딸이 그날 신고 온 신발이 하필이면 상거지 같은 신발을 신고 와서 자꾸만 마음에 걸렸는데 어쩌다 보니 새 운동화를 사게 됐다.

 

 

 

기숙사에 돌아가면 만날 친구들과 한 잔씩 나눠마실 기념 음료를 딸내미 손에 들려서 기분 좋게 카페에서 나왔다.

 

ㄴㄴ

커피와 세트로 주는 도넛 맛에 꿰어서 도넛도 몇 개 샀다.

 

아래층에서 식사를 하며 즐기는 것도 좋겠다고 둘이 다음에 오자는 약속을 뒤로하고 돌아갈 길 위에 서기로 했다.

 

 

 

 

 

 

 

장장 600km가 넘는 여정, 우리의 2박 3일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했다. 딸이 함께 해서 '우리'가 된 내 인생의 일부 구간이 덕분에 넘치게 행복했다고 글과 사진으로 남긴다. 네가 있어서 늘 감사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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