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
며칠째 정말 심하게 앓고 있다. 약 기운 돌 때 외엔 도무지 꼼짝을 못 할 지경이니 이렇게 며칠 앓다 보면 살도 다 빠질 것 같다. 그동안 걱정하던 옆구리 구렁이 한 마리가 드디어 사라질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만큼 몸이 많이 축났다는 건데 또 얼마간 기운 차린 후엔 사흘이면 원상 복구될 살이라는 걸 알기에 그다지 기쁘지도 않다. 살 빼서 아주 날씬해진다고 누가 상줄 것도 아니고 이만하면 뚱땡이 소리 듣지 않을 테니 고만고만하면 되는 거다.
힘없이 늘어져 누워서 아이가 노는 걸 보다가 살짝 장난기가 돋아서 발로 아이를 툭툭 건드렸다. 기분이 은근히 나빠질 수도 있는 분위기를 연출했는데 녀석이 "엄마 왜 그래...."라고 했거나 귀찮은 시늉이라도 했으면 정말 시비 걸어서 한바탕 싸우기라도 해 볼 참이었는데 어쩐 일인지 와서 냅다 안겨서 뽀뽀를 마구 해주고 간다. 저가 좋아서 시비 걸고 장난치는 걸 이제는 아는 모양이다.
기운이 없다. 엊그제부턴 음식도 만들지 않아 먹을 것도 없고, 불 앞에서 이젠 뭘 만들어 먹을 의욕도 없다. 누군가 밥상을 차려 바친다 해도 죽이나 한 숟갈 먹을까 할 정도로 식욕도 완전히 떨어졌다. 그래도 뭔가 먹기는 한다. 약이 워낙 독하니 빵이라도 사다 놓고 먹고 약 한 첩 먹고 뒹굴뒹굴하고.....
오늘 저녁나절에는 기운 차려서 빨래도 해놔야 내일 아이를 맡길 집에 월요일에 입혀 보낼 체육복도 챙겨 보낼 수 있을 테니 하루만 더 아프고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며칠은 더 앓아야 할 것 같다.
필요 이상으로 예민한 걸 안다. 그래도 싫은 건 어쩔 수 없다. 싫어도 안 그런 척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척해서 좋은 것도 없던데..... 싫어도 안 그런 척, 좋아도 안 그런 척.... 이러다 내 감정은 언제 제빛을 보일 것인지..... 나는 싫고 좋은 게 너무 분명한 게 좀 탈이지만 우유부단한 회색보단 덜 갑갑하다. 아무리 잘해도 싫은 사람은 마냥 싫고, 좋은 사람은 아무것도 안 해줘도 좋은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