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그리운 사람
가끔 기다리기도 했다. 혹시라도 언제쯤 새 글이 뜰까 하고..... 그렇게 몇 달이 흘러도 그 블로그의 시간은 정지된 채 움직이지 않았다. 아주 가끔 마음이 쓸쓸해지면 그 빈 블로그에 찾아간다. 물결처럼 바람처럼 흐르는 글이 강물처럼 또 가슴으로 흘러드는 곳이었다.
나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10여 년이 넘은 그즈음 천리안에서 내 아이디를 보고 기억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 때문인지 오래전부터 막연하게 알던 사람처럼 친밀감이 느껴지던 곳이었다. 아마도 어느 날 블로그 한편 사진 속에 떴다가 사라진 각시랑 이야기 속으로 사라진 모양이다. 그저 막연한 추측일 뿐 아는 게 하나도 없다.
더러 만나고 싶었던 블로거들도 있었지만 가장 먼저 문제가 되었던 블로거는 외국에 살고 있어서 만나지 못했고, 그 외엔 사적인 대화를 할 기회가 없어서 오히려 만난다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못했다.
이번에 서울 가는 길에 알게 된 지 4년이나 된 인터넷 친구를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아는 게 별로 없는데 정말 그냥 그 오랜 시간이 미더운 친구가 되어버린 셈인데 어쩐지 만나는 게 편하지 않을 것 같아 약속을 보류해둔 상태다.
오래전엔 통신 친구들을 만날 땐 거의 매번 이야기하던 팀들이 있어서 무더기로 만나는 게 통례였다. 개인적으로 만날 땐 거의 선보는 분위기 같이 되어버릴까 봐 피하고 고작해야 편하게 반말하는 동갑내기들을 만나는 게 전부였다. 그때 만났던 친구 중에 아직도 가끔 생각하면 그리운 친구가 있다.
지금쯤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한데 찾을 길은 없고 지금 찾아보아야 다들 예전과 같이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상태는 아닐 거라는 생각에 굳이 찾으려 애써보지도 않았다. 그래도 가끔 꼭 찾아보아야지 하던 통신 친구 한 분의 주소지를 인터넷을 통해 찾았다.
8년 전쯤인가..... 그때 40대 중반이었으니 이젠 50대 초반은 되었을 텐데 인터넷에 오른 사진은 여전히 젊고 아름다웠다. 몇 번 초대를 받아 그 댁에 가서 밤새 이야기하고 자고 온 적이 있었다. 온종일 옆에 붙어 다니며 하는 일도 구경하고 종알종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어색한 기분이 느껴지지 않던 산야초 아줌마. 나는 20대였고 그분은 40대였는데 참 이상하게도 그 만남이 어색하지 않았다.
생각하면 코끝부터 찡해지고 눈물부터 쏟아지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내가 사는 모습이 어쩐지 보이기 싫어서 숨어버린 후론 그 많은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이 그렇게 풀썩 주저앉아 버린 것이다. 언제쯤 어떻게 찾아가 볼까 가끔 생각한다. 가을쯤 들꽃이 좋을 때 슬쩍 찾아가 볼까. 아니면 전화를 먼저 해볼까. 온갖 생각들이 머리에서 오가지만 아직 나는 옛 기억 속의 사람들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내가 그간 어떻게 지냈노라고 어떻게 살았노라고 담담하게 남의 일처럼 눈시울 붉히지 않고 나를 걱정해주던 그 사람들과 정담처럼 가볍게 이야기 할 수 있을 때까지 어쩜 이대로 그리운 마음만 지니고 있어야 할는지도 모른다.
나우누리 채팅방에서 알게 되었던 분 중에 너무나 잊히지 않는 분이 있는데 전화번호 적어놓은 것을 잊어버려서 이름이 떠오르질 않는다. 모습과 목소리까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이름이 떠오르질 않아 찾아볼 수가 없다. 방학이 되면 친정이 있는 충주에 꼭 초대하고 싶다고 말씀하시던 그 예쁜 언니..... 아! 그분도 이젠 거의 50은 되었겠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짧은 기억을 간직하고 계셨기에 나를 보고 그렇게 눈물을 글썽이던 모습이 지금도 선하게 떠오른다. 지금 내 블로그에 오가는 친구분들은 이렇게 흘러가는 시절의 짧은 기록들을 언뜻언뜻 기억하고 있으니 또 언젠가 이만큼 애타게 그리워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시 기억에 오래 남는 사람은 주고받은 마음을 눈빛으로 확인했던 사람이다.
기회가 생기면 꼭 한 번은 만나고픈 그리움을 만나러 가야겠다. 한 번의 만남으로도 평생 가슴에 애틋함으로 남을 사람들일지도 모르니까..... 모뎀으로 버벅거리며 하던 PC통신 시절. 그때 친구들이 왕창 그립다. 참 좋은 사람들이었다. 내가 백수거나 말거나 어찌나 나를 예뻐해 주었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