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3월1일)
휴일이라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날이었다. 며칠째 지영이 친구들이 밤낮없이 집에 찾아들다보니 내 체력도 바닥이 나고 바람도 좀 쐬어야겠어서 가자고 나선 곳이 남해 독일마을이었다. 벌써 몇번째 다녀온 곳이지만 그 동네로 가는 길을 달리는 것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환상의 커플'이라는 드라마에서 나온 '철수'네 집 앞에는 젊은 여행객들로 붐볐다. 지영이는 차에서 내리기 전 울기 시작해서 한참을 울음을 그치지 않고 잠투정을 한 바람에 나도 잔뜩 뿔이 났다. 차라리 지영이 친구들 불러서 놀게 한 후 청소나 하는게 나았을까?
물건숲 앞 바닷가.
독일마을에서 잔뜩 찡그리고 울어서 제대로 산책도 못하고 그냥 돌아가야 하는 것이 억울해서 바닷가에서 돌던지기 놀이라도 하자고 얼러서 바닷가로 내려왔다. 과자 한 봉지를 혼자 얌체같이 다 먹어치운 뒤, 물 수제비뜨기 할 돌을 탐색 중..... 신나게 폼잡고 내가 주워다 준 납작한 돌을 던지며 놀때까진 그래도 괜찮았다. 납작한 돌을 찾으러 지영이는 자갈밭 위쪽으로 움직였고, 나는 아래쪽에서 돌을 고르고 있었다. 앞에 엄마가 앉아 있거나 말거나 멋지게 물수제비를 한판이라도 더 떠야 했던 지영이가 힘차게 던진 돌이 내 머리에 정통으로 맞았다. '퍽' 소리와 함께 하늘이 노래졌다. 아무리 아이가 던졌다지만 유난히 힘센 지영이가 힘껏 돌팔매질해서 던진 돌을 바로 앞에서 맞았으니 내 머리가 성할리가 없었다. 돌이 조금만 더 컸더라면 나도 그 자리에서 '나상실'이 될뻔 했다. 며칠 내내 꼬마 손님들 치르느라 정신없던 내 머리가 휴식을 얻으러 나간 자리에서 딸래미가 던진 돌에 맞아 정신을 잃을 뻔 한, 험난했던 3월 첫 날의 기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