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스위스 <2013>

리기산을 내려오며

자 작 나 무 2014. 8. 8. 17:27

 

 

 

 

 

 

리기산 정상까지 오르는 기차를 타고 올라갔다가 야생화 산책길로 산 중턱까지 내려왔다. 정상에서 딸과 다투는 바람에 얼마나 걸었는지 모르는 길을 혼자 조용히 사진도 많이 찍고, 야생화 구경도 실컷 하고 즐기며 내려올 수 있었다.

 

중간에 노란 파라솔이 있던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함께 먹은 후에야 약간 마음이 풀어졌다. 타고 내려가기로 한 로프웨이가 있는 곳까지 가는 동안 서로 약간 뒤꼬였던 마음이 풀어져서 내려오는 길은 한층 더 즐거웠다.




 

리기산 중턱에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와서 쉴 수 있는 휴양지를 막 새로 짓고 있었다.




 

산 아래로 내려가는 케이블카인데 거의 수직각도로 내려가는 듯 아찔하다.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우리가 처음 산악열차를 탔던 비츠나우까지 갈 수 있는 배를 타기 위해 호숫가로 내려가는 길을 찾았다.





지나는 작은 동네마다 꽃을 어찌나 곱게 가꾸어놓았던지 저절로 미소 짓게 된다. 꽃다발 받는 것보다 이렇게 곱게 핀 꽃들을 보는 것이 훨씬 행복하다.

 















 











 

베기스를 떠나 비츠나우까지 가는 뱃시간이 마땅치 않아서 버스를 타기로 했다. 우리는 재미로 기차 타고, 케이블카 타고, 배까지 타려고 한 것이었는데 뱃시간을 기다리기가 좀 아까워서 조금만 기다려도 금방 온다는 버스를 기다리기로 했다.


 

이 동네는 참새도 우리나라 비둘기처럼 먹이를 주면 와서 받아먹는다. 쪼르르 와서 먹고 포로롱 날아갔다가 또 쪼르르 달려오는 참새 무리가 어찌나 귀여운지 가방에 들어 있던 비스킷을 한참 먹였다.

 

우리를 비츠나우역까지 데려다 줄 버스가 도착했다. 사람들이 탑승할 때는 버스가 낮게 내려앉았다가 출발할 즈음에 차체가 위로 올라간다..

 

오전에 주차하고 기차를 타기 위해 갔던 비츠나우 역에 다시 도착했다. 루체른에 있는 숙소로 돌아가야 한다.

루체른에 도착했던 첫 날에 번화가에서 알아놨던 마트에 들어가서 저녁거리를 샀다.

처음 본 과일에는 도전할 수가 없어서 사진만 찍었다




마트에 해바라기꽃도 파는 게 처음엔 참 신기했다.



왼쪽은 스위스 고속도로 패스, 오른쪽 것은 오스트리아 고속도로 패스



스위스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려면 무조건 1년짜리 패스를 사야 하고, 오스트리아는 일주일짜리도 판다. 저 기간 동안 무한대로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으니 자주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에게는 상당히 저렴하고, 한두 번 이용하는 운전자에게는 약간 억지 요금을 내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저 비넷 없이 고속도로 달리다 잡히면 무슨 망신? 그냥 사야지!

 

체르마트에서 묵었던 호텔 사진을 찍어놓은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전날 체르마트 시내 관광을 하고 저녁 산책하겠다고 호텔 바로 앞 호숫가에 나갔다가 갑자기 불어닥친 비바람에 깜짝 놀라서 호텔로 돌아와야했다.



처음엔 여유롭게 우산도 가져가서 부슬비 정도는 별로 걱정할 것이 못되었다. 저 호텔은 6시 정도만 되면 직원들이 퇴근하고 없어서 전자키를 이용해 옆문으로 들어가야만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저 입구에서 딸이 서 있는 옆문까지 그리 길지 않은 길을 거의 '스콜'수준의 강한 비바람과 눈앞에 퍽퍽 떨어지는 번개에 질겁을 하며 사투를 벌였다.

정말 그렇게 짧은 순간이 영화 속 장면처럼 길게 느껴지기는 처음이었다. 우산은 날아가고, 안경도 바람에 날아갈 지경인 데다 정말 눈앞에서 번개가 연이어 내리 꽂히는 장면을 보게 되니 모두 혼비백산하여 그대로 물에 휩쓸리고 바람에 날려가다 번개에 맞아 죽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할 정도였다.

 

1시간 이내에 모든 것이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던 기막힌 날이었다. 다음날 아침에 밖에 나가보니 우리나라 태풍이 지나간 것처럼 호숫가 나뭇가지들이 부러져 있었다. 꿈은 아니었다. 우리가 생명의 위협을 느꼈던 유일한 무용담을 만들어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