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신이 강령하사
한동안 반찬거리나 식자재만 쇼핑하다가 오늘 드디어 계획에 없던 옷을 샀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브랜드의 원피스가 너무 비싸서 한 번도 정품 판매장에 들어가본 적이 없다. 인터넷 아울렛에 70% 할인이라는 문구에 현혹되어 클릭했더니 내가 맘에 드는 상품은 52%만 할인된다. 원래 판매 가격이 만만찮던 옷이라서 할인이 50%가 넘어도 덜컥 사기가 망설여졌다. 어제는 잘 참았는데 오늘은 낮에 장바구니에 옷을 담았다.
딸이 방과 후에 시험 끝났다고 친구들이랑 놀다 들어와서는 작년에 근무할 때 항상 예쁜 원피스를 입고 와서 멋스러워 보이던 어떤 선생님 이야기를 했다. 오늘 내가 좋아하는 샤방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왔는데 옷이 너무 예쁘더란다. 장바구니 열어서 내가 사려고 담아둔 원피스를 보여주니 나한테 잘 어울리겠다고 한마디 거들어준다.
샀다가 후회되면 반품 택배비 물고 반품하면 그만이니 그냥 사들이기로 했다. 20대에 처음 직장생활 시작했을 때, 비싼 여성복 브랜드에서 몇십 만 원씩 하던 정장을 현금 들고 가서 척척 사주시던 어머니 생각이 났다. 지금의 나는 20년이 넘게 지났는데 그 당시에 사 입던 옷 가격만큼만 되어도 부담스러워서 나를 위한 소비를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딸 낳기 전엔 44사이즈를 입었다. 가끔 옷 사러 어머니랑 함께 나가면 몸에 맞춘 듯이 옷이 꼭 맞아서 입혀보고 어머니 눈에 들면 망설임 없이 옷을 사주시곤 하셨다. 그때 사서 교단에서 입던 비싼 정장들 아까워서 버리지도 못하고 모셔놨더니 살이 쪄서 다시는 입을 수 없게 되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한들 44사이즈를 입지는 못할 것이다.
어제 보름이었는데 비 와서 달을 못 봤는데 오늘은 달이 밝게 하늘에 떠 있다. 딸이 달 보러 가고 싶다니 나도 마음이 동하는데 저녁에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방 안에 있다 보니 컴퓨터를 열었다 창을 여닫다 보니 결국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결제를 하고 말았다.
배송되어오면 입어보고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그런데 과연 이 원피스가 몸에 들어가기는 할지 은근히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