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부르크, 마리아 테레지아 거리에서
2013년 8월 4일
전날 잘츠캄머구트의 숙소를 떠나 할슈타트를 둘러보고 다음 숙소가 있는 인스브루크로 넘어오는 길은 상당히 피곤했다. 인스브루크로 들어서던 저녁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움찔움찔할 정도로 무섭게 쏟아졌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맑고 더운 한여름 날씨였다.
무주 리조트 티롤 호텔을 보면서 더러 진짜 티롤에 가봐야겠다고 말하곤 했는데 정말 그날은 오스트리아 티롤주의 주도인 인스브루크에 서 있는 게 아닌가. 과연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인스브루크 구시가지에서 약간 떨어진 외곽 지역에 있던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구시가지 구경을 하러 나섰다.
멀리 희끗희끗하게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오스트리아 서쪽에 있는 티롤 주의 주도이며 오스트리아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다. 2천 미터가 넘는 노르트케테(Nordkette)산맥이 병풍처럼 인스브루크를 둘러싸고 있다.
1964년, 1976년 2번의 동계올림픽 개최지였다. 주로 쓰이는 언어는 독일어.
15세기에 신성로마제국의 막심 밀리안 황제가 황실을 이곳으로 옮긴 뒤 당시 유럽 정치문화의 중심지가 되었다. 딸에게는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에 나오는 주인공 마리 앙투와네트의 어머니였던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가 지배하던 곳이 바로 인스브루크라고 설명해줬다.
구시가지의 관문인 인스브루크 개선문(Triumphpforte)
1765년에 마리 테레지아 여제의 아들 결혼을 기념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아들의 결혼 당시 여제의 남편이었던 프란츠 1세가 사망함으로써 인생의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겪게 된 마리아 테레지아의 심사를 묘사한 듯한 부조가 상단부에 있다.
이 개선문을 지나면 눈 앞에 펼쳐지는 곳이 마리아 테레지아 거리.
16명의 자녀를 두었던 마리아 테레지아의 막내딸로 태어난 마리 앙투아네트(1755년생)는 당시 오스트리아를 700여 년 간 지배한 합스부르크 왕가와 대결 구도에 있던 프랑스와 정략결혼으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태어나자마자 프랑스 왕비가 되기로 정해져 있었다. 루이 16세와 결혼하여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비운의 주인공이기도 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고향이 바로 이곳 인스브루크다.
분홍색 시계탑 건물이 시청
길 가운데 있는 탑은 안나 기념탑(Annas ule) 1706년 바이에른 군을 물리친 기념으로 세워진 탑이다. 기둥 꼭대기에는 성모 마리아상이 있다.
우리는 그 거리 끝에 단연코 눈에 띄는 황금지붕부터 보기로 했다.
황금 지붕(Goldenese Dachl)
16세기 막시밀리안 황제가 그의 결혼을 기념하여 개축한 황금빛 발코니 지붕, 2,700여 개의 동판으로 꾸며져 있다.
정면에 보이는 이 멋진 건물은 헬블링하우스(Hellblinghaus)
1560년에 후기 고딕 양식으로 지어졌다가 1730년에 로코코 양식으로 다시 지어진 건물로 귀족의 저택이었으나, 카톨릭 교도의 집회 장소로 쓰였다 한다.
황금지붕이 보이는 길목 가운데 자리잡은 은빛으로 치장한 이 여인은 동전통을 앞에 두고 있어서 동전을 주지 않았으니 미안해서 뒷모습만 찍었다.
그날 유난히 더워서 그늘만 찾게 되더라는.....
우리가 황금지붕을 구경하던 시각에 실내악단이 황금지붕 아래에서 연주를 했다.
유난히 반려견과 함께 여행하는 여행객들 많다. 대부분의 개는 훈련이 잘되었는지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도 주인 곁에서 짖지도 않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