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길 위에서<2015>

박경리 기념관

자 작 나 무 2015. 10. 2. 19:35

이틀 연이어 비가 내린 뒤여서 오늘 맑은 가을날의 청량감은 여느 때의 곱절보다 더하게 진하게 느껴졌다. 오전에 딸을 데리고 연대도에 가려고 했는데 딸이 아무 데도 가지 않으려 해서 오후에 혼자 나섰다. 삼덕항에서 출발하는 연대도행 배를 타려고 삼덕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 아무래도 시간을 맞추지 못할 것 같아 산양면에 있는 박경리 기념관에 다녀왔다.

 

 

 

 

 

 

 

마침 10월 2일인 오늘 박경리선생님 동상 제막식을 했다. 멋모르고 갔더니 가는 날이 장날이다.

 

 

늘 기념관만 둘러보고 갔는데 묘소까지 올라갔다 오기로 했다. 혼자 호젓하게 걷는 기분이 좋았다.

 

 

 

 

 

 

 

 

 

 

 

 

 

 

이 싯구절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 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박경리 詩 '산다는 것' 중에서

 

 

 

 

이 벤치에 앉아서 한참 시간을 보내다 와도 좋을 것을, 내 앞을 지나는 뱀을 보고 기겁해서 빨리 내려왔다.

 

 

 

 

 

 

 

 

 

 

두 번째 알록달록한 뱀을 보고는 아주 식겁해서 흥분한 상태로 아무도 없는 산길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내려왔다. 마침 휴대폰을 들고 오지 않아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걱정도 됐다.

 

 

버스가 오지 않길래 한참을 걸었다. 어차피 딸은 가을방학이라고 집에서 혼자 놀면서도 나오지 않으려 했으니 나라도 실컷 놀다가야지 하는 심사로 좀 따가운 가을볕을 한껏 쬐었다.

 

 

 

 

길가에 세워둔 동그란 거울에 대고 내 모습도 찍어본다.

나이 더 들면 창피해서 이런 것도 못하겠지.....

 

 

한참 걷다 지루해서 길가 담벼락에 카메라 올려놓고 타이머 셀카도 찰칵~

딸이 누가 찍어준거냐고 묻는다.

"10초 기다리니까 카메라가 찍어주더라~~"

 

 

 

 

뱀보고 놀라서 흥분한 데다 오랜만에 바깥바람 쐬고 있으니 좋아서 혼자 신이 났다.

 

 

 

 

 

 

 

 

내일도 어디로든 다녀와야겠다. 가을 햇살이 좋다.

 

 

Songbird - Chris De Burg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