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여름 제주여행
딸이 방학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방학이 시작되자 바로 보충수업이 시작되었다. 여름 방학하면 비행기 타고 놀러 가고 싶다는 말에 일찍 제주도행 비행기표를 사두었다. 일주일쯤은 보충수업에 참여하고 주말 즈음 제주도에 가는 것으로 일정을 정했다.
7월 29일 김해공항
오전에 제주공항 활주로에서 대한항공 여객기 바퀴가 터지는 사고로 활주로 사용에 문제가 생겼다는 뉴스가 떴다. 우리가 타고 가기로 한 비행기도 마침 대한항공이다. 어떤 항공사의 연착된 비행기는 3시간이나 연기되었다고 줄줄이 안내가 계속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제시간에 이륙했다. 오전에 학교 갔다가 두 시간만 수업 듣고 바로 공항으로 향하지만 그래도 제주에 도착하면 오후 4시 즈음이니 그다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데 몇 시간씩 늦게 제주에 도착했다면 여행 기분을 완전히 망칠 뻔했다.
나란히 붙은 자리가 없어서 따로 떨어져 앉았다. 옆자리에 있는 사람들도 다들 일행이 있으니 자리를 바꿔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냥 한 시간 비행이니 따로 앉아서 괜찮으니 따로 앉았다. 유난히 어린아이들이 많이 타서 한 시간 내내 떠들어서 딸 표정이 몹시 피곤해하는 표정이다.
인터넷 예약 사이트 열심히 뒤져서 첫날 숙소로 예약한 애월의 한 호텔. 신축 호텔이라 깨끗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까탈스러운 딸이랑 함께 여행하려면 숙소 정하는 것과 음식점을 선택하는 데에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딸이 만족스러워해야 다음에 다시 함께 여행할 수 있다.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우선 숙소에 짐부터 옮겨놓고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으러 나가기로 했다. 숙소 창밖으로 애월 앞바다가 보인다.
딸이 창밖을 보고는 기분 좋게 인증샷을 찍었다. 통영 앞바다와 제주 바다는 엄연히 다르다며 기분 좋아한다.
제주에 올 때마다 거의 매번 들르는 보성시장에서 순댓국을 먹었다. '감초 식당' 순대는 내 입에는 비리고 좀 먹기 거북한데 순대를 유난히 즐기는 딸은 이 집 순대를 좋아한다.
순댓국은 다른 곳에선 그다지 즐겨먹지 않는 나도 국물 한 방울 남기는 일 없이 끝까지 먹게 하는 시원한 맛이 있어서 이 집 순댓국이 좋다.
모둠 순대를 시키면 머리고기를 주는데 일찍 다 팔렸다며 내장을 섞어줬다. 부추무침이 아주 괜찮아서 함께 먹으니 순대 특유의 누린내가 나지 않아 나도 맛나게 잘 먹었다. 나는 컨디션이 좋지 못할 때 미각과 후각이 한층 더 예민해져서 음식을 먹을 때 아무것이나 잘 먹지 못한다.
피순대의 살짝 거북한 향을 극복할 수 있게 해 준 부추무침이 아니었으면 그날도 순대를 먹지 못했을 것이다. 부추무침 덕분에 맛있게 잘 먹었다.
이른 아침, 습관적으로 눈이 떠졌다. 딸내미 학교 보내려면 항상 일찍 깨서 한참 딸을 깨워야 한다. 모닝콜을 울리지 않게 해 두었건만 일찍 깼다. 덕분에 혼자 창 너머로 해돋이를 봤다.
호텔에 딸린 작은 수영장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오후에 늦게 도착하여 들어갈 시간이 없었다. 오전에 수영장을 열기는 하겠지만, 다음 목적지로 향해야 하니 1박으로는 수영장을 즐길 수 없어서 살짝 아쉽다. 제주의 뜨거운 여름날 바다 수영은 쐐기와 해파리의 공격으로 수난을 겪어본 뒤라 절대로 바닷물에 들어가지 않는다.
조금만 더 늦게 아침을 먹으러 갔더라면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에 밀려 밥도 제대로 못 먹을 뻔했다.
든든하게 아침을 여러 접시 갖다 먹었다. 지난겨울에 이용했던 신라스테이 제주의 조식이랑 비교해도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듯..... 그래도 질적으론 그곳 음식이 나았다는 생각은 들었다.
아침 볕도 무지막지하게 뜨거웠다. 이 더위에 어디서 뭘 하며 즐겁게 놀 수 있을까 싶다. 여태 여름에 제주에 왔을 때 이렇게 더운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몹시 덥다.
밤에 바다를 보며 야외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 마시면 참 좋겠다. 어젯밤엔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밤에도 너무 더워서 차마 그럴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다음에 여름 제주 여행을 올 기회가 있으면 이곳에서 적어도 2박을 하며 풀장에서 퐁당거리며 놀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