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재 해변.....그리고 돈가스
7월 30일
이번 여름 여행은 그냥 조용히 노닥거리며 쉬고, 맛집이나 찾아다니는 정도 이상의 특별한 계획은 없었다. 얼마 전에 TV 프로그램에서 본 제주 맛집 두 곳을 정해서 가보기로 했다.
오전 11시에 문 여는 집이라기에 일찍 나서서 11시 반도 안되어서 도착했다. 그런데 오전에 방문 예약으로 오후 판매량까지 예약이 끝났다는 안내문을 써놨다.
호텔에서 아침 많이 먹어서 배부르니 일찍 돈가스와 우동을 먹고 싶진 않았어도, 방송에 나온 맛집이라 늦게 가면 한 끼 먹기 어려울 것을 예상하고 나섰는데 우리의 예상을 훨씬 웃도는 발 빠른 사람들이 있었다. 하필 주말이어서 더 빨리 예약이 끝났나 보다.
비양도가 건너다 보이는 곳에 왔으니 차에서 내린 김에 사진이나 찍고 가자며 살짝 허탈해진 마음을 달랬다. TV에서 맛을 본 참여자들이 극찬한 돈가스는 과연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오전부터 이렇게 땡볕이 내리쬐면 물에 들어가서 놀거나 시원한 실내에서 나오지 않는 게 낫겠다.
그 가게 뒤편은 이렇게 창을 내놔서 비양도를 보면서 음식을 먹을 수 있겠다. 다음 기회에.....
물색이며 하늘색이 정말 물감 풀어서 그려놓은 그림 같은 풍경이다. 딸이 셀카봉으로 열심히 셀카를 찍고 있다.
휴대폰 사진 어플을 이용해서 더 고운 색으로 내 뒷모습과 풍경을 담아줬다.
역시 뒷모습이 낫군.....
다음 숙소인 함덕을 향해 출발~
함덕으로 달리다 보니 슬슬 배가 고파졌다. 아침을 그렇게 많이 먹었는데도 때가 되니 그 많은 음식 언제 먹었냐듯 거짓말처럼 또 배가 고팠다. 제주에 와서 무슨 돈가스를 먹냐고 생각했는데 맛집 찾아서 돈가스 먹는다 했다가 실패하고 나니 어쩐지 오기가 생겨서 꼭 맛난 돈가스를 먹고 싶었다.
해안도로를 달리다 본 다른 돈가스집이 생각났다. 차를 돌려서 다시 그곳으로 가서 한 끼 먹어보기로 했다.
한치 품은 쫄면과 두부 품은 돈가스를 시켰다. 한치 튀김과 각종 채소들이 보기 좋게 담긴 쫄면 접시를 받았다. 물론 익힌 한치도 있고, 한치 튀김도 곁들여져 나왔다.
반찬과 물은 알아서 갖다 먹어야 한단다. 가게에 손님이 앉을자리는 몇 개 안된다. 사장님은 아주 싹싹하니 손님들과 초면인데도 어떻든 적극적으로 말을 건네는 분이었다. 돈가스와 쫄면 두 가지 메뉴뿐이고, 그나마 한치가 날 때만 쫄면을 판다. 두 가지 다 12,000원씩.
일단 돈가스는 크고 두툼했다.
쫄면에 곁들여진 한치 튀김이 식감이 아주 훌륭했다.
돈가스는 거의 수육처럼 부드러웠고, 두부와 함께 나온 소스 또한 익숙한 듯하면서도 새롭고, 계속 한 입씩 잘라서 넣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맛이었다. 상당히 많은 양을 잘 먹는 딸이 처음으로 돈가스 양이 많다며 나에게 몇 조각을 건넸다.
집에 돌아와서 다시 먹고 싶은 메뉴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