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듣다가
가요를 듣다가 기억의 미궁으로 미끄러진다.
이문세의 옛사랑을 듣다가 갑자기 눈물이 핑 돈다.
꽃다운 청춘은 이미 지난 지 오래고
꽃다운 중년은 딸 키우느라 다 가고
이젠 이도 저도 아닌 경계 지점을 서성이는
나이가 됐다.
어제 산책길에 그 나이로 다시 돌아간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 이야기했다.
눈을 질끈 감고 생각해봤다.
어쩔 수 없이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나이일 거라고 대답했다.
또 그럴 것이다.
자신을 위하는 선택보다
가족을 위한 선택을 하고
괴로워하고 원망하면서
뒷수습하느라 낑낑거리며
내 인생은 또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후회하면서도, 다른 선택을 했을 자신에 대해 그려보면서도,
이게 나니까.
어제 낮에 부서 모임으로 함께 점심 먹고 카페에서 예쁜 꽃 사진 찍느라 몰입해 있는 나와 내 새 여자 친구(?)의 뒷모습을 옆자리 총각 샘이 몰래 찍어서 보내줬다.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언젠가 많은 이야기가 나오리라.
시험 감독하면서
50분 중에 반쯤 지나니 머릿속으로 맴도는 노래
어제도 오늘도 그랬다.
나얼의 목소리로 떠오르는 '귀로'
나도 모르게 그 노래를 속으로 흥얼거렸다.
혼자 있을 땐 눈물이 핑 도는 노래도
거기선 웃음이 피식 났다.
새파란 청춘들의 뒤통수를 보면서
내가 10대였을 때 한창 짝사랑했던
그 소년을 떠올렸다.
이제는 눈에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어쩌면 머리숱도 적어져서 이마가
훤하고, 배도 살짝 나왔겠지?
몇 년이나 그에게 편지를 쓰고 보내기를 반복하는 동안
자신이 만들어놓은 환상에 빠져 그를 계속 좋아했다.
누군가 그럴 상대가 필요했을 때였다.
그냥 그런 거였다.
촉감이 어땠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키스.....
아니다 몹시 축축해서 어색했던 키스.....
어찌할 바를 몰라 손을 어디에다 둬야 할지 몰라
미치도록 어색했던 그 포옹.....
다 그냥 그렇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끝나버린
만남은 나를 아프게 할 뿐이었다.
아무도 그립지 않은 가을......
아무나 떠올려서 억지로라도 그리워해 보려 해도
정말 아무도 그립지 않다.
미련이 남은 상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럴만해서 헤어졌고,
그럴만해서 다신 만나지 않게 되었다.
그럴만해서 만나고
그럴만해서 정들고
그럴만해서 사랑할 상대도 어딘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