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에서 본 풍경
혼자 체크인 해서 숙소는 아주 저렴하게 얻었고 전망도 좋았지만, 에어컨에 문제가 있어서 밤새 에어컨을 켜놔도 27도 정도 밖에 안 돼서 더워서 아침 일찍 깼다.
첫날 저녁에 바닷가에서 성게 미역국 한 그릇 먹은 것 외엔 편의점에서 2+1으로 산 컵면 하루에 한 개씩 먹고 식당에 한 번도 못 갔다. 혼자 와서 그냥 바람만 좀 쐬고 싶었다.
그날도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전혀 비가 올 것 같지 않았다. 그래도 일찍 깨서 어딘가 또 가고 싶은 곳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오전 비행기로 바꿨다.
숙소 앞 편의점에서 시원한 커피 한 잔 바다 보며 마시고 일찍 공항으로 향했다.
어릴 때 태어나서 살던 집에 저런 도로 하나 끼고 바로 앞에 바다가 있었다. 동네 아이들이 집 앞에 얕은 물에서 하나같이 헤엄치며 놀았다. 그 동네 살면서 단 한 번도 집 앞 바닷가에 몸을 담가보지 않은 아이는 나 하나뿐일 것이다.
단 한 번이라도 하지 말라고 하면 부모님 말씀을 거역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4남매 중에 수영 못하는 이는 나뿐이다. 거기 들어가서 자연스럽게 퐁당퐁당 놀면서 수영을 배우는 게 예사였다. 그런데 집 앞바다는 위험하다고 들어가면 안 된다는 말 한마디에 묶여서 다들 몰래 수영하는데 다리 한 번 담그지 못했다.
꼭 그렇게 살지 않았어도 됐는데...... 뒤늦게 부모님 몰래 수영하러 가는 아이처럼 슬며시 밖에 꼭 한번 나가고 싶었다. 그날 제주도 가는 비행기를 탄 것은 나도 한 번은 그러고 싶었기 때문이다.
무언가 머리꼭지 위에 달아놓고 반드시 지켜야 할 항목을 꼬박꼬박 지키며 살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면서 그렇게 어릴 적부터 틀에 과하게 갇혀 살던 나를 해방하고 싶었다.
이제 나도 그럴 수도 있고, 그러지 않을 수도 있는 사람이다. 선택의 여지 없이 항상 그렇게 사는 사람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