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섬 <2020~2024>/<2021>

광바위 둘레길

자 작 나 무 2021. 5. 29. 22:53

5월 29일

며칠 동안 밤에 잠들었다가 새벽 3~4시 무렵에 반복적으로 깨고 다시 잠드는 것이 쉽지 않아서 깊은 잠을 잘 자지 못하였다. 그 바람에 할 일도 많았는데 신경을 쓸 일이 생기면 집중이 잘 안 되고 내내 피곤했다.

 

오늘 출근하지 않는 날에 혼자 섬에 갈 계획도 있었는데 누운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오후에 컨디션이 점점 나빠져서 약 먹고 자다가 잠결에 전화를 받았다. 오랜만에 나현이 엄마가 보자고 전화했는데 잔다고 나가지 않겠다 할 수는 없고, 얼른 씻고 나섰다. 

 

휴대전화인지 지갑인지를 못 찾아서 차와 아파트를 오가며 늦게 출발한 바람에 나현이 엄마는 예상한 시각보다 늦게 도착했다. 어디로 갈지 정하지 않고 충렬사 옆으로 넘어가는 길로 평인 일주도로 드라이브를 가려다가 급히 광바위 둘레길로 코스를 바꿨다.

 

이곳 둘레길은 처음 걷는다. 이 길이 있다는 것도 어제 처음 알게 되었다. 최근에 만들어진 산책길이라지만 멀지 않은 곳인데 도통 나다니질 않아서 모르고 한참 더 지날 수도 있었다.

 

왕복 3km 남짓 되는 모양이다. 다음에 해가 지기 전에 가서 몇 번 걸어볼까 싶다. 늘 보던 풍경을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는 길이 생겨서 좋다. 

 

죽림까지 가서 장어구이를 사주겠다는 것을 물리고 우리 동네에서 생선구이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슬로비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씩 마시면서 카페 문 닫는다는 10시가 다 되도록 앉아서 놀고 바닷가를 걷기도 했다.

 

살짝 들었다 깼던 오후에 든 잠이 그나마 약이 되었다. 내일은 부지런히 치울 것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다. 오늘 나현이 엄마 덕분에 나는 우울한 방구들 블랙홀에서 탈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