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작 나 무 2021. 6. 6. 11:08

일찍 일어나서 최대한 빈둥거리며 오전을 보낸다. 출근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월요일일까 봐 긴장해서 몸이 일찍 깬다.

 

어제 오후 늦게 나선 산책길에 자주 배달 주문하는 빵집에 들러서 빵을 두 개 샀다. 어제 밤늦게 뭔가 먹어야겠었어 냉장고에 남겨둔 음식을 서서 먹어 치우고 노트북을 펼치니 빵 생각이 났다. 치즈와 양파로 맛을 낸 빵을 한 입 베어 물고 보니 끊임없이 그 맛을 탐하게 된다. 반 넘게 먹고 봉지를 닫았다.

 

그 빵 남은 것을 먹으려고 아침에 커피를 내렸다. 서비스로 받은 원두를 그라인더 갈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예전만 못하지만 달지 않고 맹맹하지 않은 음료를 마시고 싶었다. 직장 동료분이 알려준 커피 주문 사이트에서 공용으로 함께 마실 커피 두 봉지를 샀더니 처음 보는 이름표를 붙인 원두 100g을 서비스로 보내줬다.

 

연하고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은은한 게 좋아서 어제도 한 잔, 오늘도 한 잔 내렸다. 집에 와서 혼자 보내는 주말에는 귀찮아서 원두 갈고 커피 내리지 않고 에스프레소 기계에 캡슐을 넣고 내려서 마신다. 사실 한 번에 꽤 많은 양을 평소처럼 주문한 캡슐이 주말이 아니면 마실 일이 없으니 신선도가 계속 떨어지는 게 아쉬워서 원두를 갈지 않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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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단맛은 끔찍하다. 때론 단 음식을 먹기도 하지만 빵에 넣은 설탕이나 그 외 단맛을 내기 위해 넣은 뭔가의 뒷맛이 속에서 나를 자극하고 머리가 깨질 것 같은 이상한 느낌에 몸서리 처진다. 이런 몸서리 치는 맛을 대부분 즐기겠지만, 나는 이 맛이 끔찍할 정도로 강하게 느껴져서 거북하다.

 

현란한 단맛보다는 채소나 과일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단맛이 좋다. 매운 것도 짠 것도, 과한 자극을 주는 맛은 먹는 순간 머리에서 거부감부터 느낀다. 그런 것을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 위해 먹는다. 그때 내 감각은 약화하거나 꺼야 한다. 진한 커피는 내 머리를 속이기 위한 독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