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섬 <2020~2024>/<2021>
6월 25일
자 작 나 무
2021. 6. 25. 22:39
공감 능력이 떨어졌는지 남의 입장이나 생각에 대해 먼 산 보듯 하게 된다. 깊이 들여다볼 처지도 아니고 여유도 없지만, 무엇보다도 남의 생각은 잘 모르겠다.
그런데 묘한 것은 누군가 앞에 있을 때, 마주할 때 생기는 묘한 감정의 침범, 공명현상 같은 것은 꽤 강하게 느낀다. 그것이 내 감정인지 상대의 감정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다.
상대가 보이는 감정적 에너지가 강하고 순수할 때 혹은 단순할 때, 쉽게 전염된다. 눈가에 물기 어린 감정이 순식간에 나에게 밀고 들어와서 뜬금없이 울음이 터져 나오는 경험을 연거푸 한다.
혹은 기분 좋은 딸이 내 곁에서 느끼는 감정의 섬세한 부분까지 내 생각이나 내 기억이나 내 감각인 듯 받아들여서 술술 표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딸은 오래 같이 살아서 더 그렇기도 하고, 말 못 하는 갓난쟁이일 때부터 아이가 내게 표현하고 싶어 하는 감정을 읽어내기 위해 집중한 까닭인지 너무 쉽게 읽힌다.
물리적인 거리가 먼 것보다 정신적인 거리가 먼 것이 더 견디기 힘든 일이다. 가까이 아무리 많은 사람이 있어도 내 감정의 울타리와는 너무나 먼 타인들뿐이다.
마음을 가까이 두고 싶은 이가 지구 반대편에 있어도 기꺼이 나는 그곳까지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젠 그 거리를 외계 다른 행성까지 확장해야 할 판이다.
나와 주파수 맞는 외계인이라도 찾아봐야 할지. 이 긴 머리카락이 안테나라도 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