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섬 <2020~2024>/<2021>

8월 3일 - 연리지

자 작 나 무 2021. 8. 3. 20:36

 

이제 나는 건강하고, 가난하지만 가난하지 않다.
그때도 사랑을 몰랐겠냐마는.......
사랑이 그립지 않았겠냐마는........

 

농축한 언어가 가슴에 별처럼 박힌다.
숨 쉴 때마다 따끔거린다.
집중이 잘 안 될 때 옛날 옛적에
공책에 시를 베껴 쓰곤 했다.
정말 오랜만에 어제에 이어 오늘도 굳었던 손을 놀리기 시작

정끝별 시인의 연리지를 베껴 쓰다가
문득 에디뜨 삐아쁘의 노래가 떠올랐다.

타인의 생각을 변화하기 위해

꿈속에 침투하는 영화 인셉션에 자주 나왔던 곡.

애플 뮤직에서 리스트를 만들고 반복해서 몇 곡 들으며
미친 듯이 욕실 청소를 했다.
물 때를 다 닦아내고
샤워하고 나니 새사람이 된 기분이다.

 

내 집은 아니지만,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따뜻한 물에 씻고 누울 자리가 있다. 인간에게 집이란 얼마나 당연한 삶의 터전인가.

넓거나 좁거나 화려하거나 단출하거나 인간의 기본적인 삶에 필요한 집값으로 타인의 삶을 비참하게 만드는 썩어빠진 개념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친밀한 삶의 영역을 나누고 싶지 않다.

 

딸 낳고 가습기 살균제 쓰고선 십수 년 사람과 얼굴 마주하고 말을 할 수 없는 삶을 살았다.

전기세 석 달 못 내서 전기도 끊겨보고, 사기당한 빚 독촉에 시달리다 자살할까 생각도 해봤고, 신용불량에, 기초 생활수급자에, 한부모 가정 등.....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많은 것을 체험했다.

삶은 누구든 살아갈 수 있게 나누는 것이다. 내가 되살아난 것만 보아도 인생은 참으로 그러하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