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작 나 무 2021. 12. 7. 22:01

 

어제는 정신이 좀 빠진 사람 같았다. 일요일에 도서관에 가면서 외투로 적당히 가리면 된다고 생각하고 한 번 까먹은 것을 시작으로, 월요일 출근하면서도 잠옷만 벗고 그대로 외투 걸치고 밖에 나간 거다.

 

버스에서 내려서 걷다보니 어쩐지 허전하다. 적당한 압박감이 느껴져야 정상인데 뭔지 모르게 이상하다. 집에 다녀오기엔 이미 멀리 와버렸고, 일단 출근해야 하니까 그냥 갔다. 괜히 코트 자락을 더 꽁꽁 여민다.

 

아무도 보는 사람도 없고 알지도 못할 텐데, 내가 아니까 세상이 다 알 것처럼 불안하다. 그게 뭐라고~

 

다행히 1교시가 비어서 집에 얼른 다녀왔다. 멋쩍게 같은 사무실 다른 분께 그 이야기를 했더니 자긴 종종 그런 실수해서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지낸다고 말했다. 나는 생전 처음한 실수인데 다른 사람은 더러 그런 실수도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는데 이게 무슨 큰일이라도 이렇게 호들갑을 떨었을까.

 

난 정말 사소한 실수도 밖에선 용납하지 않는 이상한 성격이었나 보다. 남이 알지도 못하는데 내가 알면 하늘이 알고 세상이 아는 것처럼 그렇게 여미지 않아도 될 옷자락까지 여미는 사람이었구나.

 

어떤 부분에선 나를 조금만 더 편하게 해주자. 그게 뭐라고.....

 

너 왜 그렇게 빡빡하게 생각하고 사니?

실수 좀 하면 어때? 남을 해치는 실수도 아닌데 뭐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