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작 나 무 2022. 5. 22. 12:40

한 그릇 3,500원 하는 국수. 조갯살에 볶은 호박에 숙주까지 양도 많고 맛있다.

지난 주말에 딸을 만났으니 이번 주말엔 못 만나는 게 당연한가? 오후에 백화점에서 전화를 걸었다. 혼자 쇼핑하니까 재미 없다고......

 

딸이 긴 머리카락을 이번에 자르겠다고 미용실 간다기에 다녀와서 국숫집 가자고 꼬셨다. 백화점은 안 먹히더니 유부김밥에 국수는 통했다. ㅎㅎㅎ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딸을 만나면 뭐든 맛있는 것을 함께 먹어줘야 해서 또 먹었다. 먹다보니 너무 맛있어서 김밥 한 줄 추가~

 

이 좁고 허름한 분식집은 대학 1학년 때 같은 과 동기들과 함께 처음 갔던 곳인데 아직도 그 맛 그대로 장사하는 곳이다. 나에겐 올해 33년째 접어드는 단골집이다. 딸도 이 집 음식을 좋아해서 기쁜 마음으로 함께 간다. 음식값 또한 너무나 감사하게 저렴해서 일부러 1인분이라도 더 시켜서 먹는다.

 

밥 먹고 백화점 한 바퀴 하면서 딸이 골라준 귀걸이, 팔찌를 사고 딸은 마음에 드는 티셔츠 몇 개를 골랐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오천 원에 사 준 가방까지 구색이 맞아서 아주 신나했다. 허리춤까지 내려오던 긴 머리를 자르고 만화 캐릭터가 잔뜩 그려진 오버사이즈 티셔츠를 입고 체육복 바지 차림에 싱글벙글하는 딸의 얼굴을 마스크 없이 볼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터미널에서 헤어져서 돌아가는 길에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단잠에 빠져드는 노곤한 기분.

오늘 아침에 잠 깨서 월요일이 아니어서 좀 더 쉴 수 있어서 느꼈던 안도감

문득 열었던 창에서 본 드라마에 자극 받아서 갇힌 생각의 물꼬를 터서 쏟아놓으며 생각을 정리하는 이 시간에 마시는 커피. 어떤 것도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다.

 

여러모로 허술하기 짝이 없는 내가 순간순간 붙들고 섰던 한줄기 바람조차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