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3일, 어이 상실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일일이 기억할 필요는 없지만, 지나고 나면 내 인생의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버렸는지 어쩌다 이렇게 나이만 들어버렸는지 알 수 없다는 게 나에겐 아쉬운 일이다. 그래서 기록한다.
이미 희미해져서 사진을 봐도 기억나지 않는 하루도 있다.
공개수업을 했고, 민망한 주제를 민망하지 않게 뻔뻔하게 큰소리로 말하는 자신을 보니 이제 어떻든 나는 일종의 프로가 된 것 같다. 직업적인 자세로 당연히 다뤄야 할 주제에 관심을 두고 바른 가치관에 합의하는 시간이 되도록 노력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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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자기 결정권이 성적(grade) 자기 결정권은 아니라고 우스개를 곁들여서 성매매와 성적 방종까지 그 범위에 두는 게 아니라고 말했는데도
"성행위도 하고 돈도 받으면 장땡이 아닌가요?"
라고 청중의 동의를 구하는 드센 자기주장에 조금 당혹스러웠다.
귀를 막고 자기 편의대로 세상을 재단하고 자기 생각만 옳다고 우기는 나이 어린 꼰대도 있다.
그래도 꽃은 핀다. 어쩌면 저리 곱게 피고 저리 고운 향기를 내뿜는 생명체도 있는지...... 말없이 그 빛으로 향기로 위안을 주는 꽃을 보며 가슴 한 언저리 말에 밴 상처를 잊는다.
탈래탈래 걸어서 공원에 가서 토끼도 만나고, 처음 보는 나를 보고 이유도 없이 방긋방긋 웃어주던 해맑은 아이들이 나를 반기는 모습에 나의 하루가 완벽하지 못해도 슬쩍 마음 풀고 넘어간다.
이 공원을 지나서 저수지 둘레길까지 걷다보면 온갖 새소리에 꿈결처럼 빠져든다. 마침내 걸음걸음에 하루를 잊고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