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7일
늘 급식만 먹다가 점심때 근처에서 냉면 한 그릇 먹었다. 이 지역에도 진주냉면 깔끔하게 하는 집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갑자기 낮 기온이 올라서 시원한 게 먹고 싶었는데 급식소로 향하기 전에 나를 점심 식사에 초대해줘서 감사하게 한 그릇 맛있는 냉면을 먹었다.
사골육수 + 해물육수, 호불호가 갈리는 그 맛이다. B.K샘 덕분에 다음에 내가 한 번 밥 사기로 했으니 또 밥 같이 먹을 기회를 만든 셈이다. 간결하고 속 깊은 좋은 사람을 알게 돼서 감사하다.
자주 어울릴 기회는 없지만, 가끔 내게 맛있는 커피를 내려주거나 가끔 여교사 휴게실에서 마주칠 때마다 잠시라도 말동무 해주는 분. 나중에 시간이 지난 뒤에도 간혹 안부는 묻고 지낼 수 있는 사람 하나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런 상대를 서로 알아본다.
양쪽 눈 위에 눈 뜨고는 못 볼 것이 줄줄이 달려서 오늘 결국 조금 멀리 떨어진 병원에 다녀왔다. 그 동네는 제대로 된 피부과 하나 없다는 사실..... ㅠ.ㅠ
병원 들러서 진료받고 시내에서 유부김밥, 유부초밥 합이 4인분을 사서 딸내미를 만나러 갔다. 어떻든 얼굴 한 번 더 보고 싶은 내 얄팍한 계략(?), 그리고 배 불러서 숨도 못 쉴 지경이었는데 빙수 먹고 싶다고 떼써서 과일 빙수도 먹었다.
혼자는 빙수도 못 사 먹는다고 징징거려주고, 정말 먹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를 정도로 위장이 부담스러운데도 꾸역꾸역 다 먹었다. 다시 혼자인 공간으로 돌아가는 금요일 저녁이 얼마나 쓸쓸한지 잊으려면 다른 미묘한 통증이라도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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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의미 없이 주중에 심심풀이 땅콩처럼 아주 가끔, 어쩌다 자기 시간 날 때만 내게 조각말을 던지는 이는 모두 OUT. 지속할 수 있는 관계, 말 한 마디 진심으로 건넬 수 있는 상대가 아니면 내겐 아무 의미 없다.
그렇다고 어찌 아무나 만나서 시간이나 떼우고 감정으로 저울질하는 짓을 할까 싶다. 그냥 외롭다고 징징거리는 게 차라리 낫다. 주말만 되면 아무도 없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다. 멀쩡하게 잘 사는 친구들에게 이혼하고 나처럼 주말에 심심하니 같이 놀자고 할 수도 없고.....
이번 주말엔 통영에 가서 섬여행이라도 하면 좋은데 혼자 다니는데 필요한 충분한 기운이 충전되지 않았다. 도무지 견딜 수 없을 만큼 외롭고 짜증나서 그 반대 급부의 기운이 뻗쳐야 나갈 수 있는데 오늘 이 상태는 애매모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