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작 나 무 2022. 6. 14. 21:57

혼자 먹을 수 없는 음식이 있다. 1인분 주문해서 먹기엔 양이 너무 많은 두 가지 음식 조합. 이상하게 평소에 즐기지 않던 음식이 먹고 싶었다. 어제 잘 참았는데 퇴근하고 내 몸도 귀찮을 지경이어서 씻고 드러누우려던 참에 전화가 온다.

 

S.K샘이 동네 산책 같이 하자는 전화다. 얼굴이 하도 까맣게 타서 화장 지운 얼굴로 밖에 나가기 싫은데 다시 씻기 귀찮으니 그냥 나갔다.

"피부과에 다니시면 얼굴빛이 좀 맑아져요......"

말로만 듣던 내 얼굴 상태를 화장 지운 뒤에 처음 본 그분이 진심에서 우러난 충고를 해주신다. 피부과 다니면서 관리 좀 받아야 할 모양이다.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경험, 나도 언젠가 하게 될까......

 

오래된 주택가 골목골목을 누비며 걷다가 돌아왔다. 서로 일상에 지쳐서 어쩐지 표현하기 애매한 짜증이 올라와있던 상태였는데 매운 것 먹고 좀 걷고 조곤조곤 이런저런 이야기 좀 하다 보니 스르르 풀린다.

 

다음날 새 차 배달오면 좀 봐달라고 부탁하고 헤어져서 숙제 하나 덜었다. 일곱 살 아들 보러 가야 하는 날인데 시간표 바뀌는 바람에 내일 가지 못하게 된 것이 나에겐 고마운 일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