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내일 끝날 것 같은 날
6월 24일
왼쪽 목덜미에 은근하게 느껴지는 통증이 사라지지 않아서 오늘 오후에 병 조퇴를 쓰고 진주에 있는 병원에 검사받으러 갔다. 엑스레이를 몇 장 찍고 젊은 의사가 친절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고, 턱과 머리 부위를 누르거나 비틀어도 큰 통증이 없어서 근육 이완제 같은 것을 처방받아서 돌아왔다.
극심한 편두통을 유발한 원인은 뭔가 다른 것이었나보다. 어쨌든 척추와 목뼈엔 이상이 없어 보인다고 끝끝내 이 통증이 사라지지 않으면 다른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걱정 많아서 생긴 병 아닌 병 같은 거다.
어쨌든 의사를 만나고 나서는 안심이 된다. 희한하게 별로 아픈 것 같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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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내미가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는 건물 근처 그늘에 주차해놓고 살살 꼬시는 톡을 열심히 보냈지만 실패했다. 6시 마감 시간까지 일해야 하고, 피곤해서 안 되겠단다. 나는 당장 어디든 막 떠나고 싶은데......
지구가 끝나는 곳까지 달려가서 누군가 만나고 싶은 욕망이 해지기 전에 나를 이끌고 싶어 하던 곳은
1. 하동 송림
2. 남해 물건 숲
두 곳을 차례로 네비로 찍었다. 가다가 샛길로 빠져서 돌리고 또 돌려서 결국 혼자 거기 가지 않고 김밥 한 통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금요일 오후만 되면 내일 당장 세상이 끝날 것처럼 서럽다. 마지막 순간에 손잡고 같은 곳을 바라볼 그 누군가 만나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지구가 멸망하는 날 혼자 누워서 하늘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린다.
이 폐허를 헤치고 어디론가 가야 할 것 같은 충동을 이기고 얌전하게 집에 돌아왔다. 지친 몸이 한쪽으로 누워서 애벌레처럼 몸을 구부리고 쪽잠을 청한다. 어쩐지 편하게 다리 뻗고 누웠을 때는 뒤척여지던 몸이 이렇게 오그리고 누웠는데 슬슬 잠이 들 것 같다.
환기하느라 열어놓은 창 너머로 어느 집 식기 부딪히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는 이곳에 또 갇힌 것 같은 날. 탈출하려고 그렇게 애썼는데도 갔다가 돌아왔다.
비 와서 아끼는 모자를 들고 나가지 않았는데 땡볕이 얼굴에 팔에 쏟아지고, 반짝 뜨려고 애쓰는 눈은 힘없이 내려감기는데 이 피곤한 몸 어딘가에 자리 잡은 그 무엇은 뜨거운 입김을 부는 용처럼 속에서 거칠게 꿈틀거린다. 속사포로 들쭉날쭉 나오는 말을 마구 글로 쏟아놓으니 이 짐승은 슬슬 숨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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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다.......
어제 산책길에 찍은 도라지꽃
오늘 병원 다녀오는 길에 우회도로를 타고 바다를 보고 싶었는데.... 이 동네 바다 색깔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