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첫 시외 나들이
딸이 일곱 살이었을 때 차 사고가 났다. 그때 뒷좌석에서 벨트도 매지 않고 자연스럽게 굴러서 다친 곳이 없었지만, 내 상태를 보고 충격을 받은 딸이 뒷좌석에서 나를 끌어안고(그게 목을 조르는 자세였다)
"엄마 죽지 마~"를 외쳤다.
그 충격에서 충분히 벗어날 때가 지났어도 자꾸만 내가 운전하는 것에 부정적인 말을 해서 그간 차를 살 결심을 했다가도 미루기를 반복했다. 어쨌든 6월 1일에 둘이 같이 자동차 전시장에서 구경하고 계약한 차를 샀으니 옆자리는 딸 차지다. 한 번 근처에 밥 먹으러 갔다 온 것 외엔 딸과 함께 나서는 첫 여행이다.
토요일 점심때 무렵에 김해 아웃렛에 도착했다. 집에서 음료와 과일을 챙겨가서 차안에서 먹었지만, 밥은 먹어야겠다는 딸이 이끄는 대로 식당에 따라 들어갔다.
나는 어쩐지 속이 울렁거려서 밥은 안 넘어갈 것 같아서 여름 한정 메뉴인 냉쌀국수를 주문했다.
우리가 꼭 뭔가를 사야해서 갔다기보다는 옛날에 친구 차 타고 같이 아웃렛에 쇼핑하러 다니다가 최근에 어쩌다 한두 번 버스 타고 쇼핑하러 다녀온 다음에 불만이 많았다. 차 없이 다니는 게 영 불편하다는 딸이 차가 생기니까 쇼핑하러 가고 싶다는 말부터 해서 그간 밀린 숙제처럼 불편한 감정을 유발한 것을 한 가지씩 지워보기로 했다.
마침 들어간 가게에서 딸이 그동안 사지 않던 종류의 샌들을 하나 골랐고, 거기에 맞춰서 원피스도 새로 샀다. 내년에 교생실습할 때 입겠다는 말까지 덧붙일 정도로 얌전한 정장 원피스와 깔끔한 샌들을 골랐다.
쇼핑에 만족한 딸이 그 다음 가고 싶어 하던 대형마트에도 갔다. 김해에서 해운대까지 가는 주말 길은 참..... 복잡했다.
이번에도 원하는 대로 카트에 담으랬더니 배고플 때 와서 먹거리만 잔뜩 샀다.
회나 초밥이 너무나 먹고 싶었던 딸은 초밥을 빨리 먹고 싶어서 가장 가까운 고속도로 휴게소에 가자고 했다. 편의점에서 컵라면 종류를 사서 나무젓가락을 구하면 된단다. 그런데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컵라면을 팔지 않아서 나무젓가락을 한 묶음 사들고 왔다.
이 많은 초밥을 둘이서 한 자리에서 다 먹어치웠다. 물론 밥이 너무 많아서 밥은 조금씩 덜어내고 먹었다. 쓰레기는 집에 들고 와서 처리했고, 우리의 첫 시외 나들이는 이렇게 쇼핑에서 쇼핑으로 마무리했다.
맛있게 초밥을 잔뜩 먹은 딸이 말없이 삼천포로 따라 나섰고 둘이 차 안에서 다음 여행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