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작 나 무 2023. 11. 19. 14:10

기다렸다는 듯이 전신이 나른하고 의식은 몽롱하다. 간밤에 새벽 4시가 다 되도록 잠들지 못해서 뒤늦게 머릿속 스위치를 강제로 껐다.

 

토요일에 헤나 가루를 개어서 셀프 염색을 하고, 오늘은 치렁하게 길어 나온 뒷 머리카락을 다듬었다. 5~6cm 이내의 길이를 잘라내고 숱을 쳐내는 가위로 끝을 마무리하는 방법으로 이 정도는 거뜬하게 한다.

 

처음 보는 미용사가 내 머리카락을 내 요구와 다르게 잘라내는 경험을 두어 번 반복한 뒤에 미용실에 그냥 들어가지 않게 되었다. 한 사람 정하면 그 미용실이 폐업할 때까지 그곳만 다닌다. 몇 해 전에 단골 미용실을 운영하던 분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셔서 나는 꽤 오랫동안 미용실에 가지 못하고 머리카락을 길렀다.

 

올봄에 딸이 소개해준 미용실에서 한 번 미용한 뒤로 계속 잊고 지냈다. 오늘 문득 거울을 보니 머리카락이 보기 싫을 정도로 치렁하게 길었다. 머리카락을 정돈하면서 머릿결을 만져보니 아직은 머릿결이 건강해 보인다. 양쪽 앞부분에 집중해서 생기는 일부 흰 머리카락을 가리기 위해서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헤나 염색을 한다.

 

천연 헤나 가루로 하는 염색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번거로운 점이 있지만, 화학 염색약을 반복해서 쓰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비하면 장점이 많다. 가늘고 힘 없던 머릿결이 더 튼튼해졌다. 며칠 출근하지 않고 쉬었더니 이제야 머리카락도 눈에 보인다. 

 

2023-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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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이번 취업 시험에 자신이 없는 눈치다.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한 모양이다. 내년에 다시 도전할 각오로 올해는 경험한다고 생각하고 여행처럼 다녀오자고 말했다. 지금 더 긴장하고 압박감을 느낀다고 좋은 방향으로 달라질 것은 없다. 한 번의 기회만 있고, 한 가지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내가 그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단기 취업이라도 해서 경제적 부담을 분담하겠다고 말했지만, 그래서는 시험 준비가 애매할 것을 아니까 죽이 되거나 밥이 되거나 내가 내 역할을 해보겠다고 다독였다. 더 건강해져서 내 역할을 더 잘해보겠다고 딸을 달랬다. 제 눈에 내가 간혹 휘청이는 모습이 얼마나 불편했을까......

 

처음 살아보는 50대의 삶이 생물학적 변화에 따른 격동의 시기여서 복합적으로 파생된 자잘한 일이 많았고,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몇 가지 기다리고 있다. 의지를 날카롭게 하여 어찌하지 않아도 가야할 자리로 돌아가는 시간이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