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섬 <2020~2024>/<2023>

라면 먹고 갈래?

자 작 나 무 2023. 11. 27. 20:12

 

조만간에 우리 모녀가 다시 합쳐지면 과연 어떨까?

혼자 빈집에 돌아와서 혼자 밥 먹고, 혼자 잠들고 혼잣말하는 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몇 해 동안 따로 살다가 나이가 어리지도 않은 딸과 다시 함께 살게 되는 게 그리 바람직한 일만은 아니다. 완전히 낯선 동네로 이사하면서 굳이 둘이 떨어져서 살 필요도 없거니와, 그럴 능력도 안 되니까 같이 지내려고 하는 거지.

 

 

앞으로 이렇게 멋대로 생긴 대로 살던 내 사생활(?)은 지켜질까? 때마다 밥을 꼭 같이 먹어야 하는 것도, 내가 살림을 도맡아 하는 것도 싫다. 엄마 노릇은 그 정도 했으면 충분하다. 딸이 취업할 때까지 경제적인 지원은 하겠지만, 다시 무수리의 삶을 살고 싶진 않다.

 

그래서 둘이 그 좁은 공간에서 각자 방을 하나씩 갖기로 했다. 짐은 다 버리고 옷 몇 벌 싸가지고 가는 것 외엔 불가능한 작은 집으로 이사하기로 했다. 지금 사는 곳의 반절보다 더 좁은 곳으로 이사한다. 하지만, 같은 방을 쓸 수는 없다. 같은 공간에 사는 관계로 둘 중에 한 명이라도 남자 친구 생기면 '라면 먹고 갈래?' 그런 것도 할 수 없는 열악한 상황이 되는 거다.

 

 

여태 그럴 일 없이 살았다고 하더라도,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진 않다. 딸에게 생긴 자연스러운 기회를 내가 있어서 날리게 하고 싶지 않고, 나 또한 그러고 싶지 않다.

 

꿈도 야무지다. ㅎㅎㅎ

빨리 완전히 분리된 삶을 살 수 있게 딸이 취업해서 경제적 자유를 얻었으면 좋겠다. 가까이에 살면서 서로 필요할 때만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지.

 

 

혼자 이런 유치한 생각하며 웃어본다. 기분이 바닥을 파고 지하로 길을 내는 바람에 이렇게 유치 찬란한 농담이라도 혼잣말로 지껄이며 나를 구제해야지. 혼자 라면 먹으니까 맛도 없더라. 

 

 

 

냐옹이네는 감사하게도 이 건물에서 누군가 마련해 준 밥그릇, 물그릇을 쓴다. 저 음악회를 준비하는 이들이 초저녁에 연습하는 소리를 들으며 산다. 문화 예술을 즐기고, 바다와 달빛도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언덕에서 수명 다할 때까지 건강하게 살기를 바란다. 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곳을 떠날 거야. 안녕~ 냐옹.

조만간에 또 보러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