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작 나 무 2024. 8. 22. 20:07

2019-01-21

 

2006년, 나는 스물여덟이던 그 해로부터 정확히 10년을 맞이했다. 그 시점에서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는, 어떤 근본적인 정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마음을 닫고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선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내 안에 남아 있는 감정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그러던 중, 싸이월드 홈페이지에서 그 사람의 이름을 무심코 입력한 것이 그 일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싸이월드 측에서는 원래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우연한 계기로 나는 그 홈페이지를 운영하던 사람과 이메일로 연결되었다.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던 그 사람의 모습은 이제 흐릿해졌지만, 싸이월드 홈페이지에 있던 사진에서 본, 10년 정도 나이 든 그 모습은 여전히 내가 기억하는 그 사람과 닮아 있었다. 나는 그 순간, 깊은 혼란에 빠졌다. 그 사람이 임종을 앞두고 내게 전화를 걸어왔던 마지막 순간이 떠올랐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내 목소리만 듣고 전화를 끊었다. 그 마지막이 너무도 원망스러웠다. 나는 그가 어떻게 변했든,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그의 측근은 그가 건강할 때의 모습으로만 기억되길 바란다고 전해주었다.

 

나는 아직 가슴 속에 풀지 못한 사랑을 안고 있었다. 20대의 나는 세상에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 여겼다. 목숨을 걸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존경과 사랑을 동시에 줄 수 있는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 것이 얼마나 드문 일인지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은 내게 그런 존재였다.

 

이메일을 주고받게 된 그 사람은 자신이 그 사람이 아니라고 여러 번 말했지만,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그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다. 결국 여러 우여곡절 끝에, 나와 아무 상관도 없는, 단지 이름과 얼굴이 조금 닮은 사람을 만났다. 그가 그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왜 나는 그렇게 기대에 부풀었을까?

 

그 사람은 내게 말했다. 집착하고 있는 대상에 대한 감정을 완전히 깨기 위해선 정면으로 부딪히는 수밖에 없다고. 그 사람은 지혜롭고 친절했다. 그의 말 덕분에 나는 10년 동안 스스로를 가둬왔던 올가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10년을 꽉 채운 후에야 비로소 나는 진정한 자유인이 되어,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해 여름, 나는 대서양이 내려다보이는 에트르타에서 새로운 삶을 결심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살아난 나 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다친 다리처럼 절뚝거리던 마음을 치유하며, 생기 있는 삶을 되찾겠다고 다짐했다. 그때 나는 에트르타의 절벽 위에서, 나를 얽매던 과거의 집착을 던져버리면 새로운 인생이 펼쳐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함께 서 있던 어린 딸의 얼굴을 보고, 나는 그 아이에게 내 삶을 잠시 맡기기로 했다. 이제 그 약속의 시간이 끝났다. 아이는 성장했고, 나는 이제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 한다. 다시 에트르타에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