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명상정원에서 놀기
2024-11-08
이곳이 너무 좋아서 햇볕 좋은 날에 종종 다녀온다. 좋으면 또 보고 싶고, 또 가고 싶다.
단순히 하루 즐겁고 행복하다고 인생이 그럭저럭 살아지는 게 아니다. 고난을 겪더라도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삶을 살아내는 자세를 체득하는 게 훨씬 삶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내 딸을 관찰해 보면 어떠한 문제가 생겨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담담하게 잘 지나간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자기 문제를 객관화하는 능력이 출중하다.
자기를 그렇게 키운 게 나였다고 말한다. 어떤 문제가 생겨도 호들갑을 떨지 않고 소리도 지르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걸 보면서 배운 거라고 말한다. 나는 엄청나게 호들갑을 떨었다고 생각한 적도 있는데 의외로 딸이 보기엔 차분하게 잘 살아낸 모양이다. 다행이다.
이 길을 걸으면서 그 생각을 했다. 오늘 하루 한순간 딸을 기쁘고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던지고 희생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누구라도 단순히 오늘의 안위만 쫓게 하는 게 인생을 살아가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꽃길만 걸으세요."라는 말을 볼 때마다 '꽃길도 걸을 수 있게'가 아니라 '꽃길만'이라는 단서를 두는 게 읽을 때마다 불편하다. 정말 꽃길만 걸을 수 있는 인생이 있다면 몰라도.
혼자 물가에 앉아 하늘 한 번 보고, 물 한 번 보다 보면 생각이 사라진다. 아무 생각 없이 내 몸도 금세 투명해져서 어디든 그대로 통과할 것 같은 가벼운 사람이 된다. 주차장까지 돌아나가는 길에 저절로 웃음 띈 얼굴을 내밀고 물 따라 흘러가다가 마주친 사람들은 아직 떨쳐낼 고민이 많은지 얼굴색이 칙칙하다.
나도 모르게 그들의 얼굴을 보고는 더 생긋 웃는다. 어디 아프지 않으면 굳이 저런 칙칙한 표정으로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표정을 지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생긋 웃어도 끝내 이상한 사람 보듯 끝까지 인상 쓰고 나를 쳐다보기도 한다. 그래도 괜찮다.
오늘은 이 자리에 앉아서 물병 위에 휴대폰 올려놓고 타이머로 셀카도 찍었다. 혼자서도 정말 잘 논다. 오늘 여기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딸과 함께 왔을 때, 내가 아무리 제 사진을 많이 찍어줘도 내 사진 한 장 찍어주지 않더라. 사람 없을 때 예쁜 척하면서 타이머 셀카라도 그냥 찍어야지.
요즘은 다섯 시 전후로 어둑어둑해진다. 잎이 다 지기 전에 몇 번 더 이 풍경을 보러 와야겠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성심당 본점에 들러서 딸이 좋아하는 빵 한 가방 사서 돌아왔다.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갈 때 손에 뭔가 들고 가면 어쩐지 기분이 좋아진다. 딸이 맛있게 먹는 걸 보니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