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여행
2024-11-27


오늘은 예정대로 아구살, 새우, 차돌박이를 섞어서 콩나물 듬뿍 넣고 볶음 요리를 했다.
오후에 대전에 약속 있어서 나간다는 딸이 조금 흥분해서 말하는 어조가 살짝 다르다. 오늘 누굴 만나는지 모르지만, 기분 좋은 만남이 있을 모양이다.

어제 저녁 먹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급히 정한 저녁 약속을 핑계로 예매한 기차를 기다리는 역에서 첫눈을 봤다.
이사한 뒤에 침대 아래 수납장에 넣어뒀던 겨울 옷을 꺼내서 오늘 처음 겨울 코트를 입고 나왔다. 이렇게 열차를 이용하면 종종 장거리 여행을 좀 편하게 즐길 수도 있겠다.



날씨 탓인지 열차는 10분 연착, 어제 나름 검색해서 순방향에 충전기를 꽂을 수 있는 자리로 찜하는데 성공했다. 여유롭게 도착 역까지 좋아하는 노래를 듣거나 영화를 보는데 부담도 적고 나름 괜찮은 선택이다.
모든 자리에서 충전 가능한 게 아니어서 미리 검색한 보람이 느껴진다. 어제 인스타에서 보고 책상 위에 있던 종이에 휘갈기듯 적어놨다. 내가 이렇듯 가벼운 마음으로 혼자 기차 여행을 몇 번이나 할지 모르겠다.
서울 방향으로는 아직 마음이 열리지 않아서 남쪽 바다를 향해 달리고 싶다. 운전하지 않고 이동하며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을 보는 편안함이 좋다.
코로나 19 유행 이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에 관해 다소 거부감과 강박이 있었다. 오늘 이 짧은 여행을 계기로 좀 나아지겠지.

Ktx, 충전기 꽂을 수 있는 자리, 마음에 든다.
기차 안에서 듣는 노래, 달달하다.
하늘은 파랗고
하얗게 눈쌓인 창밖 풍경에 설렌다.

나는 딸을 아주 사랑하는 모양이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딸에게 보여주지 못해서 안타깝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아직은 내 인생에서 가장 귀한 친구다.
그렇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