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쓰는 이유
20대에 혼자 여행 다닐 때처럼 백팩 하나 준비해서 이 동네 저 동네 다니고 싶지만, 밤이 들면 낯선 곳에서 혼자 잠드는 게 꺼려져서 그러지 못하겠다.
경주역에 정차한 열차 안에서 노곤해진 몸을 의자에 기대고 영혼은 어딘가에 살짝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것처럼 몽롱한 상태로 빈자리를 채우는 사람들을 흘낏 본다.
어느 역에서 내리면 살갑고 정겨운 내 사람 하나 만날 수 있을까. 우리가 아무리 가까이 옆자리에 앉아도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마음의 거리가 이미 정해져 있는 남남이란 것이 이유도 없이 헛헛한 마음을 더 주저앉힌다.
이렇게 지구를 떠돌며 그립고 외로운 감정 따라 흔들리며 계절을 돌고 돌아야만 할까 싶다. 옆자리에 앉는 사람에게조차 가볍게 인사 한마디 건네지 못하는 삭막한 시절에 내가 괜히 슬쩍 웃고 인사라도 했다간 목적지까지 가는 내내 더 불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 곳에 가서 저녁만 먹고 집으로 가는 길, 정말 오랜만에 운전하지 않고 흔들리는 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대로 생각을 글자로 바꾸고 있다. 내 생각은 글자로 흘러나온다. 내 머리는 때때로 혼잣말을 읊어대는 까닭에 끊임없이 유통기한 짧은 내 머리의 한계에 부딪힌다.
블로그 없었으면 어디다 이렇게 주절거릴까 싶다. 아무 말이나 나오는 대로 떠들어도 그대로 받아주는 네가 있어서 참 좋다. 때론 내가 나의 유일한 친구가 되는 순간, 블로그 낙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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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면 집에서 딸이라도 만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퇴근하고 불꺼진 집으로 들어가서 혼자 묵은 공기를 마시고 혼자 거울 앞에 앉아서 내가 나를 보고 억지로라도 웃어보려고 애썼던 순간의 반복 속에 살았던 몇 년 동안의 삶에 비하면 어쩔 수 없이 당분간 나와 살아줄 수밖에 없는 딸이라도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길 위에서 나는 돌아갈 곳이 있음에 비로소 감사하게 된다.
외로운 거다. 내가 불같이 어디로든 떠나게 되는 건 결국 그냥 외로워서 그런 거다. 어두워진 길 위를 덜컹거리며 달리는 열차 안에서조차 나는 지독하게 외롭다. 그래서 블로그에 또 혼잣말을 하는 거다.
머릿속이 하얘지도록 무섭게 어떤 외로움이 줄기차게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