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작 나 무 2024. 11. 29. 19:53

2024-11-29 

 

부슬비 내리는 오후에 딸이랑 같이 동네 행정복지센터에 새로 신청한 주민등록증을 찾으러 나갔다. 완전히 다른 지역 사회에 와서 고향 주소가 찍힌 민증을 들고 다니기엔 불편해서 이번달 초에 정부 24 홈페이지에서 사진 한 장 넣고 신청했다. 얼마든지 이렇게 비대면으로 주민등록증 신청까지 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은 어쩌면 코로나 19 시기를 겪으며 비대면 업무의 영역이 넓고 다양해진 덕분이 아닌가 싶다.

 

역시 어떤 면에서 위기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주민등록증을 찾은 뒤에 체육관 가서 운동도 같이 하고 머리 말리는 중에 딸이 국밥이 먹고 싶단다. 출발할 때는 운동하고 와서 저녁은 닭가슴살을 먹겠다고 해서 나는 혼자 뭘 먹나 생각했는데, 비 오니까 국밥을 먹자는 거다. 콩나물국밥, 소고기국밥, 순대국밥을 놓고 고민하다가 이 지역 사람들 누구나 맛집이라고 말하는 순대국밥집에 가보기로 했다.

주말에는 점심 장사만 하고 대기가 많아서 두 번이나 포기하고 돌아온 충남순대, 오늘은 평일 저녁이어서 그런지 빈자리가 있어서 바로 들어가서 앉을 수 있었다. 주변에 주차할 곳이 마땅하지 않아서 복잡한 골목에서 헤매기 일쑤다. 주변 전통시장 주차장에 주차하고 음식점까지 걸어가는 길에 꽈배기집 앞에서 둘이 같이 멈춰 섰다.

 

장사 마치는 시간이 오후 7시여서 밥 먹고 나오면 꽈배기를 살 수 없으니 사 가지고 가기로 했다. A~C 세트 중에 A 세트를 골랐다.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딸과 둘이 나와서 여기도 들렀다가 저기도 들르고, 전통시장 있는 시골 동네에서 군것질거리도 사고 같이 걸으니까 그간 그리웠던 작은 행복이 깨알같이 느껴졌다.

한 숟가락 맛보고 둘이 이구동성으로 "아~ 맛있다!"를 외쳤다. 이 정도면 양도 넉넉하고 누린내 나지 않고 아주 깔끔한 맛이다. 같이 살아도 밖에 잘 나가지 않는 딸과 외출하는 날이 손에 꼽힐 정도여서 오늘 같은 날은 딸이 말만 하면 뭐든 다 해주게 된다. 

 

밥을 한 그릇씩 국물에 말아먹고 나니 배불러서 꽈배기는 못 먹을 것 같았는데 집에 돌아와서 한 가지씩 맛보다가 꽤 많이 먹었다. 기름에 튀겨서 설탕 입힌 꽈배기를 먹어서 갑자기 기분이 더 좋아져서 엊그제 첫눈 오던 날 내 차 유리에 낙서하고 찍은 사진을 내 방에 앉아서 딸에게 보냈더니 딸이 이모티콘으로 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