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작 나 무 2024. 11. 30. 12:41

2024-11-30

 

여섯 달 동안 내겐 딱히 주말이랄 게 없다. 별다를 바 없는 매일을 잘 지내면 그만이다. 다만,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때가 주말이므로 멀리 사는 친구들과 약속을 정할 땐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아침에 깨서 듣는 유튜브 뉴스 생방송이 없다. 아, 주말이구나. 날씨라도 좋으면 엊그제 빌려온 여행책 뒤져서 어디라도 가보고 싶으련만, 날이 우중충하니 방에서 밀린 일이나 하면 적당하겠다.

 

머리는 이렇게 계산하지만 감정은 그렇지 못해서 우울하다. 어제 갑자기 탄수화물을 폭식해서 오늘 체중계 숫자는 역대급 기록을 넘어섰다. 올해 초에 비하면 8kg이나 늘었으니 이게 그냥 단순한 숫자로 생각할 게 아니다. 이대로 그냥 우울할 때마다 탄수화물을 왕창 먹는다면 뻔한 결말을 맞을 것 같다.

 

내일부터 12월, 오늘부터 생활 패턴을 바꾸기로 결심하기에 아주 적당한 때인 것 같다. 체중이 는 것에 비해 몸이 뚱뚱해 보이거나 거북해 보이진 않지만, 전에 날씬할 때 산 옷이 안 올라가는 게 문제다. 겨울은 적당한 지방이 있어야 덜 춥다니까 당분간은 건강해 보이는 이 모습에서 서서히 체중은 줄여야겠다.

 

꽤 오랫동안 먹지 않던 도넛을 한 박스 다 먹고도 살이 안 찔 거라고 기대한 건 아니니까..... 먹는 걸 줄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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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허전하고 심심해져서 평소엔 로그인하지 않던 네이버에 어쩌다 로그인해서 밀린 이메일을 하나씩 처리했다. 거의 다 스팸 혹은 각종 사이트에서 보낸 것이어서 거들떠보지도 않고 왕창 삭제하던 것을 몇 개는 열어봤다.

 

혼자 책 읽고, 생각하고, 걷고, 여행하는 것까진 괜찮은데 일부분은 개인적인 관계로 연결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며칠 전에 받은 청첩장에 결혼식 날짜가 다음 주말이다. 작년에 같은 학년실에서 내가 내린 커피를 나눠마시던 예쁜 분이 드디어 오랜 연애 끝에 결혼하는 날이다. 직접 가서 축하해드리고 싶다. 이런 마음이 들었으니 움직여야 할지 축의금만 보내야 할지 고민 중이다.

 

대구 결혼식에 참석하고, 경주에서 1박 하며 여행하면 딱 좋겠는데..... 딸이 호응을 해줄지 의문이다. 당일치기로 대구까지 주말에 오가는 게 그리 녹녹하진 않을 것 같지만, 이럴 때 아니면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 같은 좋은 사람과의 인연을 그냥 놓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작년 추석 연휴 보내러 안동 본가에 가는 그 샘을 폭우 쏟아지는 날 대구까지 모셔다 드리면서 둘이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올 가을에 결혼하신다는 이야긴 그때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다. 남쪽에서 마지막 한 해를 보내는 동안 맺은 인연 중에 순하고 달달한 홍샘 두 분. 생각만 해도 두 분 얼굴은 그리면 내 얼굴에 웃음이 돋는다. 좋은 사람의 좋은 날, 내가 아니어도 많은 분으로부터 축복받겠지만, 점심때가 지나서 하는 결혼식이니 밥 먹으러 가는 건 아니니까 다녀오고 싶다. 통영이나 거제에 사는 지인들이 마침 그때 보자고 하니까 고민 중이다. 왜 다들 그때만 시간이 되느냐고~~ 내 몸은 하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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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새로 알아가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 지친다. 겨울엔 도서관, 체육관, 집....... 외엔 갈 곳이 없네. 통영에 가서 겨울을 날 곳이 있으면 겨울은 통영에 가서 살고 싶다. 낯익은 길을 걷고, 매일 아침 싱싱한 해산물이 올라오는 시장에 가서 싱싱한 해물도 사서 요리하고, 맛있는 붕어빵도 사 먹고..... 익숙하고 따뜻한 기억을 보듬고 싶은, 지금은 겨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