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섬 <2025>/<2025>

친구 보내기 작전

자 작 나 무 2025. 2. 8. 21:10

2025-02-08

 

딸내미 친구가 애초에 돌아갈 버스 시각은 오후 5시였다. 식물원에서 4시쯤 나와서 대전복합터미널까지 여유 있게 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대전까지 왔는데 '성심당'에 들르지 않은 게 아쉬움으로 남는 모양이다. 조금 서둘러서 성심당 DCC점에 들렀다가 빵을 살 수 있을지 계산해 보니 아무리 해도 시간이 맞지 않았다.

 

그래도 목적지를 성심당 DCC점으로 찍고 움직이면서 딸 친구가 버스 시간을 한 시간 뒤로 바꿨다. 프리미엄 버스를 타고 편하게 가려던 계획은 빵 욕심 때문에 무산되었다.

 

여태 주말엔 대전 컨벤션 센터에 행사가 거의 없어서 주차장이 빵 사러 오는 손님을 수용할 정도의 여유는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특별한 행사가 주말에 있어서 주차장이 미어터질 지경이었다. 겹주차를 해놓은 곳이 부지기수다. 지하 주차장을 뱅뱅 돌다가 포기하고 나가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마침 주차 공간을 확보했다.

 

오후 4시 전후로는 그리 긴줄이 없었던 다른 때와는 달리 그 추위에 빵 사는 줄은 어찌나 긴지..... 성심당 본점만 피하면 그래도 그 시간 안에 성공하리라 생각했는데 분점도 주말엔 쉽지 않았다. 딸도 한동안 성심당 빵을 먹지 않아서 빵 생각이 간절하다기에 딸이 고르는 대로 계산하고 2층 성심당 카페에서 빵 몇 개를 잘라서 맛보고 나왔다.

 

친구가 탈 버스 시간을 고려해서 조금 일찍 움직여야 할 것 같았지만, 어른인 내가 뭐라고 한마디 하면 잔소리처럼 느껴질까 싶어서 조용히 둘이 하는 대로 보고 있다가 운전사 노릇만 하기로 했다. 운전을 평소에 하지 않는 20대 딸내미 둘은 확실히 시간 계산에 오류가 있었다. 내비게이션에 안내된 시간보다 15분 정도 일찍 나서고 싶었는데 5분 정도 이른 시각에 일어나서 차 빼고, 신호 줄줄이 받다 보니 도무지 제 시각에 터미널에 도착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30여 분의 시간이 흡사 1시간 이상의 긴박한 긴장의 터널을 지나온 것처럼 확장되어 흥미진진했다. 도착예정 시간이 버스출발 시간보다 1분 이상 길게 찍히기도 하고, 1분 전에 도착하는 걸로 찍혀서 그다지 변화 없이 그 시간이 유지됐다.

 

이미 한 번 한 시간 미룬 차표를 다음 시각으로 바꾸려니 표가 남은 게 없어서 불가능하고, 다음 시간은 두 시간 뒤여서 함께 생각이 많아졌다. 혹여 2분 정도만 단축해서 도착하면 뛰어가서라도 버스를 탈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대전터미널에 처음 와본 딸내미 친구가 버스 승차홈을 제 때 찾아가는 시간까지 시뮬레이션해 보니 아무래도 이가 맞지 않았다.

 

어느 지점에서 신호가 바뀌는데 달리지 않고 신호 대기를 했더니 둘이 얼마나 초조했는지 그 정도면 그냥 달려버리지 왜 정지선에서 섰느냐는 말까지 한다. 자칫 차를 놓치면 그 길로 바로 진주까지 태워주고 돌아올 계획까지 내 머릿속에선 세워져서 큰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딸과 친구 둘은 뭔가 계산에 맞지 않아서 초조한데 그게 둘이 꾸물거리다가 생긴 일이니까 화를 내거나 탓할 데도 없어서 오로지 긴장감에 긴장감이 더해져서 도파민이 팍팍 나온다는 거다.

 

버스 출발 시각 3분 전에 터미널 모퉁이 건널목 신호등 앞에서 차를 세웠다. 버스 타는 홈 방향을 알려주고 둘이 같이 뛰어가서 버스를 타는 것까지 보고 오라고 했다. 보내고 터미널 주변을 한 바퀴 도는 동안 딸에게 연락이 오지 않아서 조금 긴장된 상태로 기다리다가 전화해 보니 차 타는 데 성공했다는 거다.

 

그렇게 긴장한 상태로 빠듯하게 뛰어가서 버스를 타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잊히기 어려운 기억이 되겠다며 침을 삼키며 그 순간의 팽팽한 긴장감에서 한참 발을 담그고 말한다. 딸내미 친구의 1박 2일 짧은 여행은 그렇게 마무리했다. 성심당 빵가방을 친구의 친구에게 안겨주기 위해 이리 갔다가 저기 갔다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그 과정을 함께 즐겨서 소소한 추억거리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