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섬 <2025>/<2025>
외롭다.....
자 작 나 무
2025. 2. 26. 14:30
2025-02-26
엊그제 본 것 같은 2017년의 드라마를 다시 본다. 내용은 이미 알고 있는데도,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화면 속 인물들은 같은 말을 반복하고, 나는 그 말들을 다시 듣는다.
이른 아침부터 깨어, 다시 잠들지 못한 채. 평일의 낮, 텅 빈 시간을 흘려보낸다. 이런 시간도 이제 이틀이면 끝난다. 딸과 함께 살고 있지만, 예전과는 다르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우리는 한 방에서 함께 잤다. 그때는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기숙사에서 혼자 쓰는 침대에 익숙해진 뒤로, 딸은 방학 때 집에 와도 내 곁에서 자는 걸 불편해했다.
그리고 지금, 대학을 졸업하고 백수로 지내는 딸은 제 방을 요새처럼 차지하고 있다.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나오지 않는다. 나는 자주 외롭다. 얼굴을 마주칠 일도, 대화를 나눌 일도 드물다. 나는 오래 혼자 있으면 기분이 가라앉는다.
종종 별다른 이유 없이, 용건을 만들어 딸의 방을 찾는다. 문을 두드리고, 조심스레 들어가고, 그 안에서 딸을 본다. 오늘은 낮에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지만, 늦잠을 잔 딸이 별다른 의욕을 보이지 않아 취소했다.
그래서 하루 종일 집에 있었다. 고요한 방 안에서, 조용한 거실에서, 아주 천천히 시간을 흘려보냈다. 혼자인 것이 싫다. 그렇다고 생활이 흐트러지는 것도 싫다. 하지만 어쩌면, 무한한 침묵과 혼자 놀기를 반복하며 나이 들어가는 것이 더 두려운 일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