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 없는 삶
2025-05-15
격정 속에서 아찔한 삶의 고통을 맛보고 뭔가 얻을 나이는 지났다. 이제는 실수 거나 의도한 것이거나 그런 식으로 굳은 의식의 잔재를 걷어내는 알량한 시도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이 우물 속에 가만히 앉아서 하늘을 보니, 오래 고여 있다가는 나조차 그보다 작은 하늘만 그리는 사람이 될 것만 같다. 이 좁은 시야로 관철된 무리 속에 웅크리고 있고 싶지 않다. 배울 것이야 어디든 있고, 이런 생각을 일깨워준 주변의 모든 것이 내게 스승과 같겠지만, 갈증이 생긴다.
뭔가 꼭 더 하겠다는 생각까진 없었다. 변화 없고 고요한 일상의 안온함에 자신을 뭉개고 안일하게만 살 생각은 없었던 모양이다. 비슷한 일을 반복하며 더 이상 얻을 게 있을까 싶다. 생계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흘러왔을 뿐이다. 현상 유지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저 그런 그 나물에 그 밥이 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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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식욕 억제제를 먹은 듯 내 본능과 맞서보기로 한다. 딸을 비롯한 타인과 함께 어울리기 위해 음식을 먹을 때를 제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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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자리에 오래 있고 싶지 않아서 슬쩍 빠져나왔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이 동네에만 살 때는 그냥 견디기만 했다. 떠나서 다른 자리에서 돌아보니 내가 속해 있고 싶은 무리는 아니었다. 조용히 숨만 쉬고 살겠다고 마음먹은 것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던 거다. 이런 갈증을 느끼기 시작했으니 올해를 다 채우는 동안 뭔가 새로운 이벤트가 있어야겠다.
평소에는 거의 마시지 않는 맥주 한 잔의 음주가 덮어놓고 생각하지 않던 욕심 한 덩이를 기어코 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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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인연을 만나야 한다. 그게 필요한 거다. 발전의 발판이 되어줄, 혹은 서로의 등을 팍팍 밀어줄 인연, 나란히 걸으며 서로 다른 시각으로 본 세상을 공유하고 이 좁은 우물 벽을 깨게 해 줄 인연. 그런 인연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