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작 나 무
2025. 6. 3. 21:56
2025-06-02
그 집 한구석엔 화분에 담긴 팔손이가 있다. 옥상에서 외벽으로 물이 새서 빗물이 떨어지는 자리에 사는 팔손이를 외면할 수 없었다. 이제 다시 그 집에 꼭 가지 않아도 되는데 퇴근하고 늦게 찾아갔다. 지난달에 팔손이 화분에 물을 두어 번 주고 왔다. 이미 많은 부분이 상한 군자란 화분에도 물을 조금 주긴 했다.
며칠 전에 팔손이가 신경 쓰여서 어찌할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우리 집에 가져다 놓자고 딸이 말했다. 저 화분을 내 작은 차에 욱여넣고 세 시간 달리는 것,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살아있는 것을 그냥 두고 죽을 줄 알면서 차마 돌아서지 못하겠다.
오래된 살림살이를 보면서 그대로 햇볕에 오래 삭은 종잇장처럼 바스러질 것 같은 심장을 움켜쥐고 숨을 멈추고 있었다. 아직 그 시간이 어딘가에서 다시 흐르고 있는 것 같다. 숨을 내쉬면 그대로 재가 될 것 같은 얇고 헙수룩한 나는 끝내 이 고통을 멈추고 견뎌낼 것이다. 오래 묵은 공기를 바꾸고 방마다 문을 열어놓고 왔다.
저 화분을 안고 내려와서 차에 싣고 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