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길 위에서<2005>
보길도-동천석실<2005/06>
자 작 나 무
2005. 6. 20. 23:00
보길도 최고의 명당이라는 동천석실.
저 바위 위에 연세 지긋한 두 분이 먼저 앉아 편안한 표정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고 계셨다. 앞에서 사진 몇 장을 찍고 그분들이 내려오실 때를 기다렸는데, 마침 큰 카메라를 목에 건 아저씨께서 내려오시더니 일찍부터 문화유산 답사를 다니는 내 딸이 대견하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그리곤 저 바위에 앉아 5분만 있으면 정수리 끝이 시원해지니 꼭 올라가 보라 하셨다. 그렇잖아도 차례를 기다리던 참이라니 허허 웃으셨다.
도로변에서 0.4Km라고 쓰인 표지판을 보고, 굽 뾰족한 샌들을 신고 겁 없이 오르던 산길, 아침부터 먹은 것도 없이 땀을 흘렸어도 그 정도면 저런 명당자리를 만나러 가는데 힘들게 뭐가 있을까 싶었다.
앞서 보고 내려오던 젊은 커플에게 얼마나 남았냐고 물으니 100m 남짓 남았는데 그냥 작은 집 한 채 있어서 볼 것도 없다는 말까지 친절하게 붙여주었다. 어디 거기 한옥을 본 적이 없어 정자 구경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볼 것이 없다는 말에 씩 웃음이 나왔다.
우리 꼬맹이조차도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와서는 좋다는 말이 입에서 떠나지 않는데 사람들마다 보고자 하는 것이 다른 모양이다. 원하는 것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에게 1993년 기껏 복원했다는 동천석실이 볼 게 없는 곳이 되어버린 거다. 이곳에 올라 보길도를 굽어보며 하늘과 바위를 벗 삼아 한나절 보내면 신선이 따로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