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작 나 무 2004. 4. 19. 11:49

비온 뒤 말쑥하게 세수한 것 같은 이런 풍경이 너무 좋다. 창을 열면 밭이 보이고 옥상에 올라가면 바다가 가까이 보인다. 호수같은 바다.... 그 바닷가에서 태어나 늘 바다를 보며 살아가면서도 가끔은 먼 강원도 수평선이 보이는 바다가 그립다. 울적하고 가슴이 답답할때 훌쩍 떠나는 제 1 코스가 강릉이 된 것도 그 까닭일 것이다.

 

이곳에서 사뭇 먼 곳이라 멀리 가는 동안 버스나 기차 안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생각 속에 내 시름이 옅어지곤 했던 기억이 맘대로 떠날 수 없는 지금은 그립다. 아이를 데리고 그리 먼 여행을 하는 것은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래도 아이를 보내고 혼자 있는 시간 동안 끝없는 공상에 혼자 울었다 웃었다 한다.

 

몇 년씩 주변에서 나를 지켜본 어떤 애 엄마가 며칠 전 그런 말을 했다. 혼자서 애를 키우는게 참 대견하고 신기하다고..... 못 견뎌서 어디든 데려다 줘버리고 바람이라도 나서 야반도주라도 할 줄 알았단다.

 

난 그 말을 들으면서 속으로 '당신이나 그런 짓을 하지...' 나보다 젊고 싱싱한 새댁인데 여섯 살 된 아들 하나를 키우며 산다. 물론 그녀만큼 싱싱한(?) 동갑내기 신랑이랑 셋이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참 기분이 이상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을 하고 뻔하게 사는데 내가 사는 모습은 이것 저것 신기하고 이상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더러 있는가보다. 사고방식의 차이일뿐인데 나를 보는 눈도 가지각색인가보다. 그래서 차라리 사람들과의 접촉을 꺼리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나를 두고 무슨 생각을 하건 상관없지만 그걸 듣는건 싫은 것이다. 자주 글을 올리던 홈피에 몇 달씩 글을 올리지 않은 이유도 어쩌면 관심어린 시선에 부담스럽고 잔소리 듣는 기분으로 읽혀지는 꼬리글 읽기가 껄끄러워서였는지도 모른다.

 

꽤 오래 앓았다. 감기도 석 달째 떨어지지 않고 있고 마음은 늘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는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다. 괴로운 시간들인줄 알지만 이렇게 보내선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늘 늪으로 뛰어드는 어리석음을 범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더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시름시름 앓는 것도 어쩌면 더 큰 병을 앓아야 할지도 모르는데 감기에 그치는 것을 다행이라 여겨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이대로는 시한부같은 심정으로 끌려가는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으므로 힘겹고 비루함을 느낄지언정 내 삶에 주인이 되어 끌고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아직 잊지 않았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