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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5>/<2025>

5. 19

by 자 작 나 무 2025. 5. 19.

2025-05-19

원룸에 있는 작은 냉장고 어딘가에서 수시로 물이 새어나온다. 그간은 귀찮아서 연락하지 않았는데 내일쯤은 집주인에게 연락해서 문제가 있음을 알려야겠다.

 

*

밀린 청소를 했다. 내일은 가스 검침원이 방문하기로 한 날이다. 여기 찾아올 이가 없으니 가져온 짐을 때론 풀지 않고 두기도 한다. 그리고 며칠 머리만 붙이고 누웠다가 씻고 나가고, 돌아오면 그 짐을 여전히 풀지 않고 밀어뒀다가 금요일을 맞이하기도 했다. 딱히 내 살림을 어떻게 해보겠다는 의지는 없는 모양이다.

 

집에서 가져온 온갖 인스턴트 식품을 언젠가 다 먹어치울 날이 오겠지. 밥을 하지도 않고 거의 음식을 하지 않고 지낸다. 뭘 먹지 않는 것도 아니고, 식당에서 저녁을 사 먹는 것도 아니다.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기울어지면 내 삶을 돌보지 않는 습성이 있는 모양이다.

 

*

그 집에 있던 세탁기를 나눔하기로 했다. 집 열쇠를 차에 싣고 다녔는데 오늘 급히 연락을 받고 퇴근한 뒤에 그 집으로 향하다 보니 콘솔 박스에 열쇠가 없다. 집에 와서 열쇠를 넣어둔 바구니를 보니 역시 없다. 매주 왕복 500Km를 운전하며 작은 차로 힘껏 달리다보니 콘솔 박스에 넣어둔 열쇠가 톡 튀어서 차 안 어딘가에 떨어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자동차 바닥을 훑었다.

 

3년 전에 차 살 때 자동차 딜러가 선물해준 깔개가 부스러져서 오늘 끄집어 내서 버렸다. 열쇠는 찾지 못했다. 어디로 갔는지 도무지 상상도 할 수 없다. 어렵게 잡은 약속이었는데 열쇠를 찾지 못해서 나눔하기로 한 세탁기를 꺼내 줄 수가 없었다. 거실에 있던 그 큰 냉장고는 이 원룸에 들고 올 수도 없겠고. 가져와도 둘 곳도 없고, 결국은 팔거나 버려야 하니까 그냥 거기 두는 게 나을까..... 

 

원룸에 있는 냉장고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서 별 생각을 다 해본다. 냉장고용 자리가 너무 좁아서 그걸 대체할 수는 없겠다. 열쇠를 잃어버렸으니 사람을 불러서 새 열쇠를 해야한다. 지난주에 연락이 닿았으면 그냥 꺼내주고 열쇠는 어딘가 한동안 쓰지 않을 터라 잘 놔뒀을 텐데..... 언제든 연락 오면 달려가서 일을 봐주겠다고 차에 싣고 다녔는데 무엇이 문제였는지 사라졌다.

 

덕분에 차 청소를 했고, 지난주에 오겠다는 가스 검침원 방문은 이번주로 미뤄서 드디어 원룸 청소도 했다. 피곤한 하루였다.

 

*

감사한 일을 적다가 지웠다. 소리내거나 옮겨적지 않아도 마음 속으로 이름 하나씩 불러내어 감사한 이유를 떠올리고 머금고 감사 인사를 전하련다. 보이지 않지만, 일관성 있는 파장으로 전달되기를 바란다.

 

*

때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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