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길 위에서<2022>35 2022년 10월 부산 여행 2022년 10월 9일 어느새 1년이나 지났다.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이 남아있지 않았더라면 내가 언제 부산에 다녀왔는지도 기억하지 못했을 거다. 서울에 가면 나를 김포공항까지 마중 나와주시고 매번 편안하게 머물게 해주시던 분이 모임에 함께 가자고 연락을 주셨다. 김해공항에 마중 나가서 엊그제 만났던 사람처럼 오랜만에 만나도 편안하게 웃으며 만났다. 오래 기억하고 오래 좋은 사이로 만났으면 하는 좋은 사람을 학교 졸업한 뒤에 사회에서 만나게 되는 일은 흔하지 않다. 점심 먹을 식당에 먼저 도착해서 예약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기다리는 동안 근처 바닷가에 산책하러 다녀왔다. 작년 여름에 처음 가본 곳인데 가을에 두 번째 가보게 됐다. 주차하면서 주차 요원이 우리가 객지에서 온 여행객인줄 알아보고 기분 나쁜 .. 2023. 10. 11. 함양 상림에 갔다가..... 9월 24일 움직일 수 있을 때 어디든 움직여야겠다. 더 추워지기 전에, 시간 있을 때, 몸이 아프지 않을 때, 어두워지기 전에. 오후 늦게 함양 상림공원에 갔다. 꽃무릇은 이미 꽃이 거의 다 졌고 상림숲 바깥에 다양한 꽃이 그득하다. 천천히 혼자 걸으며 다양한 꽃밭을 즐겼다. 혼자 방 안에서 이리 누웠다가 저리 누웠다가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고비는 있기 마련이고, 삶은 계속된다. 말없이 서서 오래 산 나무가 나에게 큰 가르침을 준다. 이 길을 지나면서 어깨에 가슴에 뭉친 것이 스르르 풀어진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느 시절에나 나를 힘들게 한 인연은 나에게 더 깊은 깨우침을 주기 위해 기다렸다가 나타났다. 방심한 순간에,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나를 내리쳤.. 2022. 9. 24. 고성 연꽃 공원 9월 11일 2022. 9. 14. 순천만 국가정원, 서문과 습지 9월 9일 남해에 들렀다가 순천으로 넘어가서 오후 3시 무렵에 입장했다. 정원과 습지를 두루 둘러보기엔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 날씨가 좋아서 날아갈 것 같다. 이런 풍경 앞에 서면 내 가슴도 두근두근한다. 야행성인 사막여우는 자는 시간 여기서 사진 찍겠다고 좀 까불었더니 딸이 끝내 사진 찍어주지 않았다. 아직도 어울리지 않는 동심(?)에 넘치는 엄마가 창피한 모양이다. 어린이는 아니어도 코믹한 사진 한 장 남겨놓으면 나중에 꽤 재밌을 것 같은데...... 홍학을 앉아서 볼 수 있는 자리에 카페가 있어서 잠시 카페인 충전 좀 하고.....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누워서 가만히 있으면 전기자동차 충전하듯 뭔가 에너지 충전이 될 것 같다. 애매한 시각에 들어와서 정원 구경은 내일 다시 와서 하기로 했다. 정.. 2022. 9. 12. 2022, 추석 여행 자연이 빚어낸 색은 어쩜 이리도 아름다울까. 9일, 10일 이틀 연이어 순천만 국가공원에서 놀았다. 자연관찰장에서 본 홍학 동영상 먼저 올리고 나머지 사진과 영상은 혼자 있을 때 정리해야겠다. 모양과 색깔이 조금씩 다른 네 종류의 홍학이 이곳에 있다.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어서, 보기 드문 홍학을 구경하는 내 호기심도 충족하게 해 줬다. 9월 9일은 하늘이 맑았다. 9월 10일은 날이 흐렸다. 어제는 서문으로 들어가서 이쪽부터 봤고, 오늘은 동문으로 들어가서 동문 방향에서 볼 수 있는 정원을 구경하고 여기까지 와서 한참 홍학을 봤다. 우리가 언제 다시 이곳에 함께 올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딸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한 번 같이 오고 이번이 10여 년이 훌쩍 지난 뒤에 처음 온 것이니 강산이 몇 번 변.. 2022. 9. 10. 순천만 국가정원에서 2022년 9월 9일 순천만 국가정원에서 스카이 큐브를 타고 순천만으로 가던 중에 열심히 동영상 찍는 내 모습을 딸이 찍어서 보내줬다. 단골 미용실이 없어져서 머리카락을 그대로 뒀더니 뒷모습이 가관이다. 딸이 늦잠 자는 바람에 남해 '부산횟집'에 가서 물회 먹고 오후 늦게 순천만 국가정원에 도착했다. 스카이 큐브를 타보고 싶어서 정원 관람권과 스카이 큐브 이용권이 통합된 것으로 끊었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정원 구경을 실컷 하지 못해서 아쉬웠다. 내일 아침에 다시 가기로 하고 저녁에 돌아왔다. 과연 내일은 일찍 일어나서 떠날 수 있을까? 정원 사진과 순천만 사진은 내일 정리하고 오늘은 이만..... 2022. 9. 9. 다솔사, 비토섬 8월 13일 기록 없이는 기억도 없다. 기록 없이 기억하는 바도 많지만 내 기억은 순서가 맞지 않거나 잘못 기억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엊그제 잠시 일기를 쓰면서 그 해가 언제인지 잘못 쓰인 것도 나중에 기록을 뒤져보고야 기억이 정확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거의 20년이 지나가버려서 그때가 아이가 다섯 살이었을 때인지, 네 살 때였는지 그 사이 몇 년의 기억은 묶음으로 희미하다. 기록을 뒤져보니 꼭 열흘 전에 이곳에 다녀왔다. 이후에 계속 꼼짝 못 하고 있다가 열흘만에 차 타고 나갔다 왔다. 40분 남짓 운전하는 것은 괜찮았다. 에어컨 틀어놓고 그날 돌아오면서 듣던 영화 OST를 계속 듣다 보니 도착했다. 몸이 공중에 붕 뜬것처럼 묘한 느낌이 들었다. 한낮에 기온이 높아서인.. 2022. 8. 14. 다솔사에 다녀와서..... 퇴근하고 방에 가만히 누워있으니 기운이 나는 게 아니라 가라앉는다. 문득 다솔사에 다녀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엔 다솔사에 가려다가 바닷가에 간 날이 있었다. 오늘은 이상하게 다솔사에 꼭 가고 싶었다. 2005년 4월 다솔사 내 나이 서른여섯 살 봄에 찍은 사진으로 기억하는 다솔사. 이후에도 한 번쯤은 다녀온 것 같은데 기록이 없어서 기억하지 못한다. 지금 지내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데 대중교통으로는 아무리 애를 써도 갈 수 없었던 곳이다. 들어가는 길이 주차장에서 한참 걸어 들어가면 촘촘하게 자리 잡은 삼나무 숲을 지나는데 그 길이 인상적이었다. 20대 초반에 처음 갔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대학 다닐 때 기억이 이렇게나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리다니...... 돌아가는 차 안에서 듣던 음.. 2022. 8. 3. 평일 오전의 한산함이 좋다 아침에 과일이나 채소를 좀 살까 하고 마트에 갔더니 문이 열리지 않았다. 30분은 기다려야 해서 잠시 근처에 있는 남일대 해수욕장에 다녀왔다. 내 나이 스물다섯 살이었을 때 이곳 해수욕장 무대에서 2인조 댄스 그룹이었던 '터보'의 김종국과 김국진 씨 형이 녹음된 노래에 맞춰서 춤추는 것을 봤다. 나에게 남일대 해수욕장은 단편적인 그 기억뿐이었다. 내비게이션으로 계산하면 멀지 않은데 차를 사기 전엔 가 볼 엄두가 나지 않던 곳이다. 이 동네는 대중교통으로는 찾아가기 어려운 곳이 꽤 많다. 길이 부서져서 더 갈 수 없게 막아놨다. 저 너머를 돌아서야 코끼리 바위가 보일 텐데...... 노르망디 해변의 에트르타처럼 물 먹는 코끼리 같은 바위가 보이는 곳으로 알고 있는데 볼 수 없었다. 혹시나 하고 한참 가파른.. 2022. 8. 1. 흐린 오후, 경주 오후에 내내 비가 올 거라는 일기예보를 믿고 비 맞지 않게 쇼핑몰이나 가자고 해서 그러기로 했다. 점심 먹고 그대로 떠나지 못한 것은 그 낡은 식당 화장실에 도무지 갈 수가 없어서 그냥 나온 바람에 깨끗한 화장실을 찾아야했다. 딸이 커피 쿠폰이 있다고 프렌차이즈 카페를 들먹였다. 그래서 다시 돌아간 경주 시내엔 비가 내리지 않는 거다. 그냥 갈 수 있나. 걸어야지. 덕분에 전날 구경만 한 돌다리를 건너서 다들 사진 찍던 이곳에서 사진 찍고 밤엔 끝내 우겨서 걷지 못한 계림에 들어가서 조금 걸었다. 무슨 불만이 그리 많은지...... 이런 풍경 앞에선 엔돌핀이 배로 나오는 나와는 달리 이젠 엄마와 여행하는 것이 뭔지 모르게 불편한 모양이다. 2022. 7. 31. 경주 야경 맛있는 밥에 분위기 좋은 카페 투어를 시켜주고 나서야 얻은 짧은 산책 습해도 비가 오락가락해도 마냥 걷고 싶은 나와 피곤해서 그만 가서 자고 싶다는 딸의 줄다리기에 딸의 불만의 크기만큼 입이 점점 앞으로 나온다. 그래도 처음 데려간 월정교 야경에 기분 좋았는지 사진을 자꾸 찍어달란다. 인물사진을 잘 못 찍어서 얼마나 구박받았는지...... 반월성 해자 복원 사업할 때 몇 번 오간 곳, 드디어 그 사업이 끝나서 조명도 설치해서 밤에도 반월성 주변을 걷기 좋게 해 놨다. 저기 가고 싶었는데..,... 저렇게 중간에 길을 터 놓은 곳이 있는데도 딸이 걷기 힘들다고 해서 돌아가야했다. 아쉬움에 그저 사진 한 장 남기는 것 밖에...... 좋은 곳은 한 번만 가고, 한 번만 보는 게 아니다. 가고 또 가고, 보고.. 2022. 7. 31. 감은사지 삼층석탑 기록을 찾아보니 감은사지에 가본 지 10년이나 지났다. 그간 몇 번 경주에 갔어도 차가 없어서 감은사지까지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만파식적 이야기가 만화로 그려져 있다. 어릴 때 만파식적 이야기를 읽고 문무왕 수중릉에 가보고 싶었다. 내 나이 10대에 여행은 실현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20대 중반에 천리안 문화유산 답사 동호회에 가입해서 시간 맞는 여행에 쫓아다녔고 이후에도 친구와 어울려서 어쩌다 한 번 갈 수 있었던 곳이다. 처음으로 딸이랑 둘이 오붓하게 떠난 여행에서 만난 감은사지는 딸에게도 감동적이었을 거다. 흰색 배롱나무 꽃에 먼저 반응했고, 오래전 그때가 몇 살이었는지 한참 기억해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여기저기 흩어져 널부러져 있던 건물 잔해를 주워서 정리해 놓았다. 이젠 가까이 가서.. 2022. 7. 31. 강원도 + 제주도 = 대왕암 공원 낮에 점심 먹고 출발해서 호텔 체크인하고 동남 횟집 다녀온 뒤에야 대왕암 공원에 갔다. 집순이여서 집에 있는 게 좋다고 외치는 딸내미 데리고 밖에 한 번 나가기 쉽지 않다. 온갖 비위 다 맞춰주며 다니는 것이 그래도 혼자 다니는 서러움을 견디는 것보다 낫다. 올해 이곳에 세 번째 온 거다. 봄에 처음 본 대왕암 공원 앞바다는 옥빛이었다. 그 물빛이 너무 아름다워서 더 서러웠다. 평일이어서 한산한 곳이 참 좋았다. 다만 너무 늦게 도착해서 5시 반까지 입장하게 해주는 출렁다리엔 들어가 볼 수 없었다. 그리하여 그 근처 솔밭 산책하고 대왕암이 보이는 곳까지 걸었다. 습하다고 불만 + 불만 , 길이 왜 이렇게 걷기 불편하게 경사졌냐고 불만 + 불만 그러게 누가 크록스 신고 여길 걸으려고 했냐고. 운동화 신으라.. 2022. 7. 30. 맑은 날 파도소리 들으러 가고 싶은 곳 7월 21일 퇴근하기 전에 창밖을 잠시 보니 바람이 흩어 놓은 구름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그래서 바람따라 파도 소리 들으러 상족암 바닷가에 가서 물소리 듣고 조금 걸었다. 밥 친구에게 이번 주말에 일본에서 건너온다는 여동생 내외와 이제 네 살 된 조카와 함께 갈만한 곳을 알려주다가 여기도 아이들이 보면 좋아할 곳이라고 한마디 보탰다. 가끔 산책을 나가도 휴대폰으로 연신 사진 찍는 나를 보고도 결코 사진 한 장 찍는 일 없던 밥 친구가 여기엔 처음 왔고 이 풍경이 마음에 드는지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저 사진 안 찍는 사람인 거 알죠?" 그만큼 이곳 풍경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이 언니가 혼자서 안 다니는 곳 없이 많이도 다녔네, 우리 **이 다 키울 때까지 계속 알고 지내면 여행이나 좀 같이 다.. 2022. 7. 21. 고성군 상족암 공원 7월 11일 꽤 오랜만이다. 이곳은 딸내미 네 살 때 처음 데리고 왔던 곳이고 조금씩 자랄 때마다 기회가 닿으면 데리고 왔던 곳이다. 오늘은 퇴근하고 그대로 집에 들어가기 아쉬워서 운흥사에 들렀다 가려고 운흥사로 향하다가 갑자기 상족암이라는 이정표를 보고 목적지를 바꿨다. 작은 물웅덩이가 초식 공룡 발자국 찍힌 것이다. 20대였을 때 고성읍에 집이 있었던 적이 있다. 그때 이곳에 와서 가족들과 함께 상족암 데크 길이 없을 때 바닷가를 함께 걸었다. 당겨서 찍을 수 있는 카메라가 없던 시절에 먼 곳에 보이는 이 절벽을 보고 '핑갈의 동굴'을 떠올렸다. 본적도 없는 핑갈의 동굴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처음 나만의 핑갈의 동굴 위에서 이곳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사람이 염원을 쌓는 바다 .. 2022. 7. 11. 남해 구름 사냥 7월 6일 퇴근하고 곧장 남해로 달렸다. 눈에 졸음이 쏟아지는데 남해 창선을 반대편으로 돌아서 보리암 입구까지 갔다가 걷기엔 더워서 돌아나가기로 했다. 너무 피곤하다. 그런데 근처에 은모래 해변이 있다. 그냥 갈 수 없어서 상주 은모래 해변에 들렀다가 돌아오던 길 창선도에서 바라본 시아도 여기서 사진 몇 장 찍고 돌아가서 그대로 자고 싶었지만, 몸은 피곤한데 마음은 저 너머 남해로 달리고 싶었다. 바다는 습하고 끈적하고 갯비린내가 심하게 났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이상하게 더 외롭다. 2022. 7. 6. 산청 춘산식당, 정취암 2022년 7월 2일 그리하여 산청 아모르 카페 옆집 '춘산 식당'에서 이른 저녁을 먹게 됐다. 한여름에 꼬막도 나오고 가지, 깻잎, 호박 등 채소 튀김이 바삭하고 고소하다. 우렁을 듬뿍 넣은 된장에 향이 진하게 나는 채소가 들어가서 딸이 먹지를 못했다. 딸이 깻잎, 들깻가루 들어간 음식을 꺼린다. 산초, 방아잎 들어간 음식도 일절 손대지 않는다. 나도 스무 살 때까지 가리는 음식이 몇 가지 있었다. 채소전에 방아를 넣으면 향이 역해서 못 먹고 토했고, 들깨 들어간 것도 못 먹었고, 산초도 싫어했으며, 고추냉이도 못 먹었다. 20대 중반에 음식 맛을 느끼는 것도 생각이 가로막는 것이라는 사실을 자신에게 인지시키고 다양한 맛에 대한 편견을 거두고 하루아침에 그 음식을 먹게 됐다. 먹기도 전에 생각만으로도 .. 2022. 7. 3. 산청, 함양, 거창 전엔 출발점이 통영이어서 자주 여행 가는 곳이 거제, 고성, 통영 인근이었다. 한동안 진주를 기점으로 우리가 대중교통으로는 쉽게 접근하기 곤란했던 산청, 함양, 거창의 곳곳을 다녀볼까 한다. 2022년 7월 2일 불볕 더위로 차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는 딸을 이끌고 거창에서 점심 먹고 차 마시고 돌아가는 길에 함양 개평마을에 들렀다. 옛날 부잣집 고택이 건재한 곳인데 이 마을이 이렇게 남은 것을 두고 그들이 마을 사람들에게 베풀어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했을까? 아니면 돌보지 않아서 가난한 마을로 남았을까를 이야기했다. 유교 문화와 유학이 성했던 지역이라서 선비의 고장이라고 일컬어지는 이 일대의 곳곳을 앞으로는 기회 닿는 대로 보고 또 둘러볼 수 있기를...... 이번엔 낮기온이 너무 높아서 도무지 같이.. 2022. 7. 3.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