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882 변화가 필요해 2026-09-06 내가 나를 알아보기 힘들 만큼 살이 쪘다. 거울을 볼 때마다 낯선 사람이 서 있는 것 같다. 딸은 내 의지만으로는 식욕을 조절하기 어려울 테니, 요즘 많이들 맞는다는 마운자로 처방이라도 받아보라고 한다.그 말을 아주 가볍게 넘기기에는 나도 이제 정점에 온 것 같다. 이런 모습으로 오래 살아본 적이 없다. 몸이 조금 무거워진 정도가 아니라, 내가 내 몸을 데리고 사는 감각 자체가 달라졌다. 물론 이 모습에 적응해서 이대로 살아가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사람은 웬만한 상태에는 또 적응하고 만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에 적응하는 일을 당연한 순서처럼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다.나에게 남은 즐거움이 아주 많다면 이 문제를 조금 다르게 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지금 내게 남은 가장 분명한.. 2026. 9. 6. 곧 가을 2026-09-05 딸이 저녁 식사 모임에 나간 뒤, 나는 냉동실에 있던 아이스바를 두 개나 꺼내 먹었다. 여름 내내 한 번도 사두지 않던 것을 여름 끝에야 사다 놓았다. 그런데 막상 사다 놓고 보니 갑자기 속이 더워지는 기분이 들 때마다 하나씩 꺼내 먹게 된다. 오늘은 하나로는 모자라 두 개를 먹었다. 토요일 아침에는 늦잠을 자고 싶은 마음이 머리끝까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일어섰다. 해야 할 일이 있는 날이었다. 이제 나는 어떤 잘못이든 의식해서 저지르고 나면 뒷감당할 자신이 없다. 모르고 한 실수라면 어찌어찌 넘어갈 수 있겠지만, 알고도 저지른 실수는 내 안에서 곧장 실패로 이어진다. 공적인 일에서는 더 그렇다. 사적인 일이라면 실수인 척 실패든 뭐든 해버릴 수도 있겠지.. 2026. 9. 5. 새끼 발가락 2026-09-05 2주 전쯤이었을까. 아니, 그보다 조금 더 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밤중에 깨서 화장실에 가다가 방 한쪽에 놓아둔 의자 다리에 왼쪽 새끼발가락을 찧었다. 그런 일은 종종 있었다. 어두운 방 안을 대충 짐작으로 걷다가 책상 모서리나 의자 다리에 발가락을 부딪히는 일. 그럴 때마다 며칠쯤 욱신거리다가 곧 괜찮아졌다.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한 번 찧은 자리를 두어 번 더 부딪힌 뒤로 묘하게 통증이 오래 남았다. 뼈가 부러졌거나 금이 간 정도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조금 조심하고, 통증만 가라앉으면 그만일 줄 알았다. 그런데 거의 3주가 훌쩍 지나도록 시원하게 낫지 않는다. 왼쪽 발을 딛는 느낌이 아직도 미묘하게 다르다. 발가락 주변 피부에도 작고 불편한 통증이 남아 있다. .. 2026. 9. 5. 동네 산책길에….. 2026. 8. 30. 사고 2026-8-29 오후에 음식점에 갔다가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비를 피하려고 차로 뛰어가 문을 여는 순간, 안경과 차문이 부딪혔다. 왼쪽 안경알이 깨지면서 눈 주위 피부가 긁히고 살짝 찢어졌다. 처음에는 얼마나 다친 건지 바로 알 수 없었다. 얼굴 쪽은 피가 조금만 나도 크게 보이고, 눈 가까운 곳은 사소한 상처도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깨진 안경알과 긁힌 피부를 보니 순간적으로 정신이 멍해졌다. 비는 쏟아지고, 안경은 깨졌고, 눈 주위는 욱신거렸다. 하필 토요일 오후였다. 어지간한 병원은 진료를 하지 않는 시간이었다. 119에 문의해서 주변 병원을 수소문해봤지만, 받아주지 않는다는 말만 들었다. 심지어 어떤 병원 응급실까지 갔는데, 얼굴 부위는 볼 수 없다며 진료를 거부했다. 응급실이라는 이름을.. 2026. 8. 29. 유령 2026-08-27 누군가의 발령을 핑계 삼은 회식 자리는 처음부터 자리가 정해져 있었다. 같은 부서에 속해있다지만 평소에는 서로 다른 방에서 일하던 이들과 한 식탁에 둘러앉았다.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고깃집 연기 속에서, 서먹하고 낯선 기분쯤은 가볍게 견딜 수 있을 줄 알았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이 끌리는 이에게 먼저 눈길을 주기 마련이고, 사람 사이의 거리가 서로 다른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하지만 사람 사이의 멀찍한 거리는 아주 작은 물건들을 거치며 서늘하게 눈에 들어왔다. 부장에게 다정하게 앞치마를 챙겨주던 한 교사의 손길은 내 앞에서 어정쩡하게 머물다 거두어졌다. 내 착각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마음에 남은 건 분명 홀로 남겨졌다는 쓸쓸함이었다. 음료를 주문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가까운.. 2026. 8. 27. 기분 2026. 8. 27. 인공지능 시대의 수업 준비 2026-08-16 다음 학기 수업을 위해 인공지능과 합작해서 세 가지 수업용 게임을 만들었다. 첫 번째는 도덕 밸런스 게임, 두 번째는 갈등 조정 위원회, 세 번째는 디지털 재판소다.도덕 밸런스 게임은 흑백논리로 쉽게 답을 정할 수 없는 문제를 여러 방향에서 생각해보게 하는 게임이다. 학생들은 주어진 상황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지 고민하고,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말하게 된다. 정답을 맞히는 게임이 아니라 내가 속한 공동체 안에서 나의 도덕적 판단이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비슷한지, 또 어디에서 달라지는지 확인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갈등 조정 위원회는 신문 기사에 나올 법한 다양한 사회 갈등 상황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학생들은 갈등이 일어난 원인을 먼저 파악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살핀 뒤 서로에게.. 2026. 8. 16. 대전시립미술관 2026. 8. 14. 삶은 피곤하다 2026-08-14 *삶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행하는 과업이 아니라, 우주라는 거대한 궤도 속에서 에너지가 흘러가는 현상 그 자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역사나 우주가 거창한 의미를 지니고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거시적 질서라는 것도 결국 수없이 많은 개별 생체시계들의 물리적 반응과 궤도의 합일일 뿐이다. 인생이 힘들고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본래 텅 빈 진공 상태로 고요하게 존재해야 할 의식이 세속의 파동과 부딪히며 끊임없이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계절을 겪고 나면 겨울 뒤에 다시 봄이 온다고 믿지만, 한 해의 농사가 완전히 끝나고 모든 불이 꺼진 겨울의 끝에 서면 더 이상 다음 밭을 갈고 싶지 않은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나는 삶을 무언가 대단한 목적을 이루거나 끊임없이 .. 2026. 8. 14. 딸의 아르바이트 첫 출근 2026-08-11 그래, 아직은 일할 때다. 마냥 늘어지게 쉴 수만은 없는 일이고, 아직은 내가 마무리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그러니 곧 돌아가서 해야 할 일만 생각하기로 한다. 그래도 나를 불러주는 곳이 있고,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힘들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아직 내 자리가 있고 내 손을 기다리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아주 가볍게만 여길 수는 없다. 다섯 달 동안 완전한 백수로 지내던 딸이 오늘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갔다. 그것만 해도 참 다행이다. 내가 풍족하게 용돈을 줄 수 있는 형편은 아니어서, 그동안은 어떻게든 허리띠를 졸라매며 지낼 수밖에 없었다. 딸도 얼마라도 벌어 자기 차 유지비를 감당하고, 제 용돈 정도는 손에 쥐고 있어야 마음 편하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 2026. 8. 11. 모태 솔로의 특징 2026-08-10 우연히 한 번 클릭했다가 보기 시작한 연애 프로그램이 있었다. 모태 솔로라고 이름 붙여진 사람들과 한 번 이혼한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놓은 사회 실험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조합이 생경해서 처음에는 조금 보다가 끌 생각이었다. 그런데 한 편, 또 한 편 보다 보니 쉽게 끄지 못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 30대 이상의 모태 솔로들에게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이 있었다. 사람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아주 이상한 사람들도 아니었다. 오히려 말도 잘하고, 일도 하고, 자기 삶도 어느 정도 꾸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장면에 들어가면 어딘가 자꾸 삐걱거렸다. 실전 연애라고 부르려면 적어도 몇 달은 서로를 만나며 사귀어봐야 한다고 한다. 그런 기준으로 보면 나 역.. 2026. 8. 10. 소크라테스 카페 2026-08-09 오늘 처음으로 ‘소크라테스 카페’ 모임에 참여했다. 처음 뵙는 분들이라 살짝 긴장도 되었지만, 우려와 달리 대화가 너무나 즐겁고 편안하게 이어졌다. 자칫하면 예민해지거나 각자의 주장만 내세우기 쉬운 주제(종교) 임에도 불구하고, 8명의 참여자 모두가 흥분하지 않고 진지하게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소크라테스처럼 질문에 질문을 이어가며 본질에 다가가는, 그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철학적 대화가 무엇인지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진행이 인상적이었다. 발언이 적은 분에게도 부담스럽지 않게 이야기할 기회를 건네고, 질문이 바뀔 때마다 참여자의 의견을 핵심만 간결하게 정리해 주어 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모임을 직접 만들고 이끌어 온 .. 2026. 8. 9. 청주, 국립현대미술관 2026-08-07오후 늦게 도착. 오후 5시 타임 특별수장고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둘러보고 와인 시음도 해 보고..... 지난 방문 때 4층 특별수장고를 보지 못한 게 아쉬워서 다시 갔다. 정시마다 선착순 10명씩만 입장하게 해 준다.오후 5시 입장이 마지막이고, 우리는 안내에 따라 5시에 입장했다. 드로잉 소장품을 수록한 책을 넘겨보고 들어가서 작품을 보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작가 소개와 작품명 등이 간략하게 실려있다. 지난번 방문 때 5층 특별전시실에서 본 방혜자 님 작품 한 점이 1층에 전시되어 있다. 전엔 없었는데 이 작품만 1층에 걸어놨다. 이 분 작품을 보고 난 뒤에 3층에 있는 현대 미술 작품 대부분은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 5층에 있는 전시만 유료. 내겐 다시 가서 봐도 좋을.. 2026. 8. 7. 유리병 편지(영화 오디세이를 보고) 2026-08-06 어제 영화 '오디세이'를 봤다. 앞서 개봉해서 봤던 '호프'나 '스파이더맨'과는 전혀 다른 결이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영화 한 편을 본 기분이었다. 시간과 기억의 재구성,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삶, 그 여정에서 마주하는 고난과 유혹, 환대, 그리고 마침내 처음 마음먹은 자리로 돌아가려는 의지. 그런 것들이 화면 위에 천천히 겹쳐졌다. 영화가 끝나자 자연스레 내 삶의 목표는 무엇이었나 돌아보게 되었다.어릴 적 내 목표는 소박했다. 그저 평온하고 평범한 삶에 안착하는 것. 누군가에게는 목표라 부르기 민망할지 몰라도 그때의 내겐 가장 절실했다. 태어나 살아가는 세상이 내겐 다면적인 지옥 같았기 때문이다. 장소와 시간만 바뀔 뿐, 고통의 강도만 달리하며 나타나.. 2026. 8. 6. 학습용 시뮬레이션 게임 2026-08-04 다음 학기에 할 수업 자료로 ‘갈등 조정 위원회’라는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들었다. 다양한 사회 갈등 상황을 가상 신문 기사 형식으로 제시하고, 모둠별로 어떤 갈등 상황을 해결할 것인지 선택하게 하는 게임이다. 학생들은 모둠으로 모여 앉아 학교에서 제공하는 전자 단말기로 내가 띄워주는 게임에 접속한다. 각자 기사를 읽고, 갈등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해관계자를 살피고, 바람직한 해결 방안을 찾아보는 방식이다. 이 게임을 몇 차례 해본 뒤, 그 내용을 바탕으로 논술문을 쓰게 지도할 계획이다. 무턱대고 글부터 쓰라고 하면 학생들은 막막해한다. 갈등 상황을 충분히 들여다보고,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고, 여러 해결 방안을 비교해 본 뒤라야 자기 생각을 글로 정리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논술문.. 2026. 8. 4. 제미나이의 아첨 2026-08-03 8월로 달이 바뀌면서 EVPN에 문제가 생겼다. 주말 안에 나이스에 접속해서 꼭 수정해 두고 싶었던 일이 있었는데, 접속이 되지 않아 결국 오늘 아침 학교에 다녀왔다.학교로 가는 길이었다. 익숙한 고향과 편하게 만날 수 있던 친구들을 뒤로하고, 이 낯선 도시에서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그 생각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한 번 떠오르자 쉽게 멈추지 않았다.이곳에서 나는 직장과 집을 오가며 거의 혼자 지낸다. 해야 할 일을 처리하고, 버틸 일을 버티고, 아무렇지 않은 사람처럼 하루를 넘긴다. 그렇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럭저럭 살아왔다. 그런데 학교로 달리는 길에 갑자기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밀려왔다.별안간 눈물이 쏟아졌.. 2026. 8. 3. 8. 1 2026-08-01아침 일찍 깨서 씻고 챙겨서 딸이 서울에 놀러갔다. 이사한지 2년이 넘었는데 아직 한 번도 서울에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내 일상에 부침이 없고 여유가 생겨야 사람도 만나는 거라고 생각하다보니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다가 끝내 연락 한 번 하지 못하고 묵혀버렸다. 오래 잘 이어갈 수 있는 좋은 사람도 그렇게 놓쳐버렸다. 나 자신도 겨우 감당하며 살다보니 타인과 지속해서 교류하고 뭔가 하는 게 내 삶에는 어울리지 않는 일로 여겼다.그나마 고향에서 알게 된 이웃, 직장 동료였다가 친구가 된 두 사람 외엔 그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않고 사는 건조한 삶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딸이 어디론가 나가고 집에 혼자 있으니 어쩐지 한결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사람은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신경 .. 2026. 8. 1. 이전 1 2 3 4 ··· 10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