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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5>/<2025>

불금

by 자 작 나 무 2025. 5. 23.

2025-05-23

업무가 빡빡해서 불만 많은 금요일, 간밤에 약 먹고 겨우 든 잠 새벽에 깨서 또 통증 때문에 약 먹고 아침에 간신히 출근했다. 내 목소리를 듣고 완전히 맛이 갔다는 투로 다들 걱정했다.

 

마지막 시간 수업이 비어서 병조퇴를 신청해 놨는데 6교시 수업하고 오니까 업무가 갑자기 몇 개나 발등에 떨어졌다. 그거 해내느라 조퇴를 물렀다.

 

늦게 퇴근하고 병원에 들러서 진료받고 링거까지 맞고 집에 돌아왔다. 몸살기운도 있어서 운전하긴 힘들 것 같아서 일찍 약 먹고 드러누웠다. 괜찮아지면 밤에라도 집에 간다고는 했지만, 몸이 너무 무겁고 힘들다. 

 

마침 딸이 시작한 두 달짜리 아르바이트에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업무가 신경 쓰인다고 해서 주말에 가르쳐주기로 했는데 가지 못하게 됐다. 딸은 내게 편하게 그 일을 배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내가 못 가게 되어서 조금 아쉬운 모양이다.

 

*

그가 보고 싶긴 하지만, 안 보면 잊혀진다. 그렇게 하기로 했다.

 

*

어제 많이 아플 때 문득 분홍 소세지 구이가 먹고 싶었다. 인공적인 맛이 강해서 그리 즐기지 않는 음식인데 얼마 전에 급식 반찬으로 나왔을 때 맛있게 먹었다. 별로라고 생각해서 몇 개 담지도 않았다. 수북하게 담아서 먹는 옆자리 선생님들을 보고 속으로 웃었는데 먹어보니 의외로 맛이 괜찮았다.

 

어제 너무 아파서 약 한 봉지 먹고 자려고 열심히 찾았는데 다 집에다 두고 온 거였다. 그 밤에 잠이 잘 들지 않을 때 뜬금없이 분홍 소시지를 달걀물에 적셔서 구운 맛이 떠올라서 혼자 피익 웃었다. 마음이 약해져서 감정이 허술해지니 사람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오늘 마트에 가서 그걸 하나 사서 구워본들 그 맛이 나겠는가. 칼국수 맛집만 많은 충청도에 1년 남짓 살다가 이 동네 와보니 칼국수는 어쩜 그리도 맛이 없는지..... 오늘 칼국수 주문해서 반에 반절도 못 먹고 남겼다. 맛없으니 도무지 숟가락도 젓가락도 가지 않는다. 대신 금액 채우려고 같이 주문한 어묵땡고추 김밥 두 줄을 두둑하게 먹었다.

 

저녁에 비염약을 먹어서 졸린다. 진짜 밤 운전 하지 말고 그냥 자야겠다. 2월 말에 와서 매주 한 번도 빠짐없이 집에 갔는데 석 달 지나니 이 시점에 처음으로 쉬어본다. 매주 500km 운전하기 만만치 않다. 내일 아침에 일찍 깨서 심심하면 집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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