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05
밤에 먹는 라면은 단연코 독에 가깝다. 일찍 자려고 누웠다가 벌떡 일어나서 뭔가 홀린 듯이 라면을 끓였다. 어제 데쳐서 소금과 참기름 넣고 무쳤던 브로콜리를 몇 개 집어먹다가 라면에 넣었다. 먹기는 해야겠다는 의무감에 달걀도 한 알 톡~
아, 그런데 신라면이 이렇게 맛이 없었던가 싶다. 뭘 넣었거나 말았거나 이제 내 입에 신라면은 꽝이다. 밀가루 맛에 애매한 짠맛만 그득한 MSG의 향연을 까다로운 입으론 즐길 수 없다는 것도 새삼 확인했다.
오늘 일과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외빈을 모시고 하는 행사는 꽤 길고 성대했다. 살쪄서 겨우 잠긴 정장바지가 터질까 봐 여분 옷도 꼭 챙겨서 가라고 일러준 딸 덕분에 여벌 옷을 야무지게 챙겨서 이틀 연이어 차에 실어뒀다. 단추와 훅을 단단하게 바느질해서 달아놓은 덕분에 다행히 내 몸의 엄청난 압박감을 이겨낸 바지가 터지지 않고 잘 버텨줬다.
건물에 인터넷이 안 되는 문제를 해결했고, 거의 틀 일 없는 TV는 반납했으나 아직 KBS에 TV를 없앴다는 증거 사진과 함께 신고를 하지 않아서 한 달은 TV 수신료를 내게 될 것 같다.
내일은 밥상 겸 책상으로 주문한 저렴한 탁자가 들어올 예정이다. 조립해서 쓰다가 이 건물에 두고 가야 할지도 모른다. 워낙 차가 넓어서 아주 작은 탁자인데도 상판이 들어가지 않으니 가져갈 수가 없다. 그걸 감안하고 이케아에서 제일 싼 탁자를 샀다.
지난 토요일에 용인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기흥 이케아에 들러서 둘러보니 그게 제일 저렴해서 사서 들고 올까 했는데 상판이 내 차엔 들어가지 않을 것 같아서 택배비를 물기로 했다.
라면 먹은 게 이제 위장에서 반응을 보이는지 슬슬 늘어진다. 이럴 때 꼬로록 잠들어야지!
일을 하니까 내가 사람 같이 느껴지고 힘이 난다. 아직 일 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하다. 몸은 힘들지만 낮에 바쁘게 사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