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8
취기 같은 졸음이 밀려든다. 자잘하게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지치도록 잡다한 일을 달고 다니며 해냈다. 이제 어제 널어놓은 빨래만 개면 되는데 저건 내일 하라고 게으름이 속닥거린다.
매일 하루에 한두 가지씩 자잘한 사고가 터지는 바람에 딸은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생긴 일을 미주알고주알 말하느라 바쁘다. 전화를 끊을 수가 없다. 나도 안다. 그 마음.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일머리를 아는 사람에게 털어놓아야 시원해지니까. 그걸 그 시각에 들어줄 사람은 내가 제일이지.
나도 엊그제 수업 시간에 자는 걸 깨웠다고 눈을 성깔 난 삵처럼 부라리던 걔 이야기를 했다. 그 사정을 알만한 그들의 선배가 있는 곳에서 하소연하며 내 입장이 아닌 다른 입장에서 좋은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부탁했다. 몇몇이 아주 진지하게 듣고 생각하는 걸 봤다. 누군 직설적인 해결책을 던졌다. 들어줘서 고맙고, 어떤 대답이라도 해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정말 그랬다. 그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동네 돌아가는 걸 아는 누군가에게 하소연하니까 조금 나아졌다.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랬다.
해결책을 반드시 찾겠다는 게 아니라 말을 하며 마음을 잠시 기대는 거다. 그래서 그날 마음이 의외로 쉽게 풀렸다. 이런 이도 있고 저런 이도 있는 곳이라는 사실에 균형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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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정말 내게 못되게 굴던 B가 단체 활동에 빠지고 남아있는 걸 봤다. 그 사건 이후에 B는 조금씩 달라졌다. 눈빛도 다르다. 빈정거리고 비아냥거리던 그 색깔이 아니다. 사람이 하루아침에 다 바뀔 수는 없지만, 태도가 바뀌어야 할 이유를 느꼈던 모양이다. 더 관심을 두는 게 부담스러울까 싶어서 인사만 받고 왜 안 갔느냐고 묻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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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동네 마트에 들러서 과일 두 가지를 사고, 냉장고에 있던 과일 두 가지를 더 챙겨서 기숙사에 다녀왔다. 나보다 더 힘든 일과를 견디시는 분께 드리고 왔다. 갑자기 생각나서 그냥 하는 일이 종종 있다. 요즘은 어느 순간 갑자기 내가 할 일이 떠오른다. 챙겨야 할 일을 생각할 여유 없이 산다.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그분이 일을 많이 맡으셔서 무리하시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건강에 좋다고 식판에 음식을 항상 너무 많이 덜어서 드시는 게 아닌가 싶지만, 그건 내 생각이니 말하기 어렵다.
나와 성향이 꽤 다른 사람과 적당한 선을 두고 어울리는 연습이라도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있는 그대로 두고, 내 역할이 생기면 하면 그만이다. 종종 신선한 과일장이라도 봐서 올려다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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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어색하니 생각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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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데 살은 어떻게 빼는 거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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