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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5>/<2025>

툴툴

by 자 작 나 무 2025. 6. 8.

2025-06-08

일요일 오전은 한가로웠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휴일 근무에 끌려 나왔고 그 시간은 고스란히 사라졌다. 불만은 쌓였고 그걸 탄수화물로 눌렀다. 무겁게 마구.

 

어제 오후부터 목이 부어 있었다. 삼킬 때마다 통증이 느껴졌다. 오늘 저녁에는 예전에 받아 두었던 약을 다시 꺼내 먹어야 할 것 같다. 아침에 왜 그렇게 깨기 힘들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알 것도 같다. 몸이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몸이 지치면 늘 그랬다. 목에 염증이 생기고, 귀가 헐고, 코 안도 붓는다.

 

내일은 또 야간 자습 당번이다. 일정표를 짠 누군가의 손이 너무 무심하게 느껴진다. 왜 나에게 이리 일이 겹쳐지는 걸까. 몸이 무거우니 마음도 따라 내려앉는다. 아침에 들고 나왔던 음식들. 냉장고에 넣었어야 했는데, 바빠서 어쩔수 없이 그대로 들고 출근해버렸다. 아이스팩을 그 가방에 넣었지만, 음식이 상하진 않았을까 걱정이 남는다.

 

처음 끓여본 바쿠테가 너무 많아서 일부를 싸왔다. 딸아이는 닭개장만 먹는다고 했다. 남은 건 늘 내가 먹는다. 시래기국을 끓이려고 사둔 배추 한 포기도 그대로 들고 나왔다.  오늘 저녁엔 데치고 된장에 치대고 한 주먹씩 나눠 냉동실에 넣을 계획이었다. 그걸 오늘 퇴근하고도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앞으로는 격주로만 집에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체력이 서서히 바닥난다. 가족이 있는 곳이 집이라면, 나는 금요일 저녁에야 집에 닿는다. 주말만 거기서 지낸다. 매번 꼬박 세 시간을 운전해 다녀오는 길은 멀고, 그 길 끝에서야 비로소 집이 된다. 지금처럼 피곤할수록 이 구조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더 절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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