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마지막으로 그 바닷가에 자전거를 타러 갔던 때가 가을 즈음이었나보다. 그때까지만 해도 큰 파도에 휩쓸려 망가진 방파제와 자전거 도로가 끊어져 위험했는데 오랜만에 가보니 말끔하게 공사를 해놓았다. 누구든 통영에 놀러와 바닷가를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면 추천할 만한 곳이다. 적어도 자동차는 다니지 않으니 섬과 바다가 맞닿은 듯한 곳을 가까이에서 보며 걸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슬슬 지나가 보는 것도 좋다. 2월 마지막 날 공부하러 온 학생들이 영 공부하기 싫은 눈치여서 함께 영화를 한 편 봤다. 배를 타고 조난 당하여 벌어지는 공포영화였는데 그 영화를 보더니 일제히 배를 타고 어딘가 가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서 마침 다음날인 3월 1일(오늘) 같이 배타고 섬에 놀러가기로 했다. 첫 번째 후보지는 소매물도였는데 물때가 맞지 않아 소매물도로 건너가보지 못하고 돌아와야 할 터라 포기. 두 번째 후보지는 욕지도. 너무 일찍 일어나서 나서야만 충분히 돌아볼 여유가 있는 곳이어서 의견이 엇갈렸다. 결국 한산도라도 다녀오자는 말을 하고 헤어졌는데 당일 아침에 어쩐지 일어나기 싫고 날씨도 흐렸길래 4월에 꽃피면 가자고 미뤘다. 그래도 꿋꿋하게 책가방 매고 우리집에 놀러온 가영이. 장하다~ 내 딸 지영이랑 둘이 학교 운동장 가서 배드민턴 치고 놀길래 데리고 자전거 빌려 탈 수 있는 곳으로 갔다. 나는 산에 가고 싶었는데 둘 다 산길 걷기는 싫은 표정이었다. 어쨌든 밖에 바람 쏘이러 나갔다 왔으니 그걸로 만족. 저 바위 한쪽 끝에 앉은 갈매기. 나도 세상 한 귀퉁이에 조용히 자리잡고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거나 우두커니 구경만 하고 있다는 생각에 홀로 앉은 갈매기가 눈에 들어왔다. 파도가 심하면 부서져 내려앉던 방파제를 계단식으로 만들어 놓아서 바닷가에 내려가거나 물 가까이 내려가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가영이는 옆모습이 정말 예쁘다. 물론 앞모습도 예쁘지만. 이제 6학년이 되는 지영이랑, 내일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가영이는 친구처럼 함께 잘 논다. 거의 매일같이..... 막내 딸인 가영이가 지영이한테 잘 맞춰줘서 그렇기도 하겠거니와, 지영이가 언니들이랑 어울려서 대화하고 노는 걸 즐긴다. 둘이서 무슨 열매냐고 묻더니 한 개 따서 바다에 던져본다. 애들의 호기심이란..... 다음에 여기서 저기 낚시 등대로 이어진 다리 삼키는 엽기 사진 찍으면 되겠다. 딸이 찍어준 사진을 보니 미장원 갈 때가 되었나보다. 바람이 좀 불긴 했지만, 그래도..... 지영이가 사진 찍고 카메라를 건네주며 인상을 쓴다. "에이..... 죄다 아줌마 같이 이상하게 나왔어....요" 웃기는 엄마가 항상 강조하기를, "엄마가 좀 안 예뻐도 무조건 예쁘게 찍어줘야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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