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섬진강 매화마을에 다녀왔다. 2005년 3월에 처음으로 그곳을 찾았다. 기록을 뒤져보니 처음 매화축제에 갔던 날 진눈깨비를 만나고 돌아왔던 기록이 남아있다. 그 이후 매화마을 전체에 보기좋게 꽃이 핀 광경은 이번으로 두 번째이다. 그만큼 매화가 그 마을에 그득 핀 때를 맞춰 찾아가기가 어려웠던가 보다.
3월 31일 광양 매화마을
매화 축제가 지난 다음에야 꽃이 피었다. 작년 개화시기와 비교하여 이번 주말에 꽃이 많이 필 것을 가늠하여 찾아갔더니 다행히 기분 좋게 꽃길을 걸을 수 있었다.
광양 매화마을엔 주말에 찾아가면 주차할 곳이 마땅하지 않으니 차라리 다리를 건넌 다음에 강변에 있는 넓은 노지에 주차를 하고 강변 풍경 구경하며 슬슬 걸어가는 게 좋다.
매화마을의 청매실 농원이 아니더라도 다압면 일대는 온통 산이며 길섶에 매실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어 매화꽃 천지다.
매실농장 가는 길에 강변을 따라 걷다보니 색색이 고운 매화가 많이 피어 있다. 엄청나게 밀리는 차 안에서 바깥을 멍하니 보며 차가 움직이길 기다리는 사람들은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눈에 들어오는 대로 셔터를 눌렀다.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 조용히 서서 구도를 잡고 어쩌고 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그냥 보기 좋으면 대놓고 마구 찍어도 봄꽃은 봄꽃이다.
매실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올해는 유난히 새콤달콤 맛있었다. 좀 비싼 감은 있지만..... 애들이 그 동네까지 열심히 걸어간 다음에 눈에 들어오는 게 아이스크림 뿐인 걸. 안 사주고 넘어갈 방법이 없다. 덕분에 나도 맛나게 먹었다.
푸른 대숲과 매화가 어우러진 길에선 한층 더 눈이 호사스러운 풍경이 열린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저렇게 집 한 채 지어놓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년에 이 즈음에 찍었던 사진이랑 비교해보려고 한 장 찍었다. 해마다 아이는 쑥쑥 자라고 나는 나이 들어가는 티가 더 난다. 친구랑은 사진을 잘 찍으면서 이제는 엄마랑은 잘 안 찍으려고 한다. 융단처럼 깔린 푸른빛 덕분에 하얗게 핀 꽃색이 더 곱게 보인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화사하게 웃으며 사진들을 찍는다. 장독대에 핀 매화는 어린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마당에 담장쳐서 만들어져 있던 장독대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독안에는 다 무엇이 들어있었을까..... 나도 마당 넓은 집에 햇볕에 반질반질 윤이 나게 닦여진 장독대를 보며 한낮에 마루에 드러누워 하늘도 보고 그렇게 살아질 줄 알았다. 어릴 땐 그냥 그렇게 살아질 줄 알았다. 청매실나무에 핀 꽃은 살짝 푸른빛이 돈다. 하늘을 향해 뻗은 무수한 가지들이 탐스럽다. 저 꽃송이마다 매실이 열리면 또 얼마나 탐스럽고 좋을까.
봄에 피는 꽃들이 한창일 때 부지런히 꽃놀이 다녀야겠다. 사진을 다시 보니 꽃길이 꽃등을 켜놓은 것 같아 밝고 화사했던 느낌들이 눈앞에 그대로 다시 펼쳐져서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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