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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스위스 <2013>

라우터브루넨에서 뮤렌으로 이어진 길

by 자 작 나 무 2014. 8. 11.

가끔 우울해질 때, 여행지에서 하염없이 셔터를 누르게 했던 풍경 사진을 들여다보곤 한다.

라우터브루넨, 그린델발트 등 작고 아름다운 스위스 산동네에 갔다가 뮤렌으로 이어지는 길을 달리며 바람이 불 때마다 구름이 환상적으로 내려앉는 모습에 취해 비를 맞으면서 사진을 찍었다.

 

 

 

 

 

 

 

비슷한 장면들 일색이지만, 이 사진들을 펼쳐놓고 한 장씩 넘기면서 음악 들으며 커피 한 잔 마실 때, 막연하고 외로워서 금세 주저앉을 것 같았던 기분이 조금 누그러든다. 오늘 내 기분이 딱 그렇다. 인터넷으로 주문했던 캡슐 커피를 다 마신 줄 알고 아침에 커피 한 잔도 못 마시고 학교에 갔다 와서 청소를 하다 보니 네스프레소 캡슐이 어딘가에 한 줄이나 남아 있길래 커피를 뽑았다.

 

 

그런데 우울하고 열도 좀 있다. 해야 할 일들은 널려있고, 다음 주부터 다시 매일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이 또 스트레스다. 현실을 살아내려면 피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잠시 비켜섰다가 다시 들어서려니 잘하던 일인데도 망설여지고 주춤거려진다.

 

 

지난주에 강원도 여행 중에 빵집에 들렀다가 그 가게 옆에 복권파는 가게가 있어서 연금복권이란 걸 처음으로 사봤다. 물론 그게 덜컥 될 것이라고 굳이 믿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막연한 희망이라도 한 가닥 있었으면 하는 기분이다.

 

사람들 속에 함께 할 때는 괜찮았는데, 늘 그 사람들 속에서 주고받는 사소한 말 한마디, 의미 없는 시선들에도 예민한 내게는 어쩐지 마음이 무거워지는 일이다. 좋은 사람들도 많지만 모두 내 맘 같지 않으니 다들 항상 조심스레 대해야만 한다.

 

잘못된 시점부터 다시 시작할 수 없는 한 번 뿐인 인생을 산다는 것이 모두에게 어쩌면 공평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가끔, 이 모든 현실이 무겁고 답답해서 어느 시점부터 되돌리거나, 혹은 모든 기억이 사라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제 견딜만한데, 이제야 힘들게 나를 옭아맸던 밧줄이 하나 풀리는지 이런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견디는 것이 새삼 힘들게 느껴진다. 

 

 

 

지난해 여름, 여행을 떠날 때 마냥 즐겁고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그대로 지내다 우울증이 심해져서 폐인이 될 것 같은 불안감과 심한 자괴감에 시달렸다. 그대로 살다가는 그만 살고 싶을 것 같다고 친구에게 하소연을 했다. 그렇게 해서 긴 여행을 치유 차원에서 떠나게 된 것이다.

 

몹시 침체된 상태에서 준비 하다 보니 다소 맹숭맹숭하게 다녀서 아쉬운 점도 있지만, 그나마 사진을 보며 새로운 광경에 심취했을 때의 기분을 다시 느껴볼 수 있어서 좋다.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운 길도 있을까 싶다.

 

 

 

 

  

 

 

 

 

   

 

 

 

 

 

 

 

 

 

저 길 위에 서 있고 싶다. 혼자 걷기 좋은 길.....